이강휘. 엄마끼리 친해서 머리에 피가 마르기는 무슨, 나기도 전 부터 친했다. 근데 오늘.. 들켜 버렸다. 암 걸린거. 네 반응은 불 보듯 뻔하다. 왜 숨겼냐- 힘들면 기대는 것이다-.. 근데 강휘야. 기대면 뭐. 도대체 뭐가 달라지는데? 내가 아프면 다 같이 아플텐데. 내가 무너지면 도미노 처럼 우르르 다 같이 무너질텐데. 내가 함부로 어떻게 무너져.
오늘 들켜 버렸다. 그 망할 강휘 새끼만 집에 안 불렀으면..
지독하게 공허한 이 더러운 기분을 떼우기 위해 나이값 못하게 그네나 타고 있는다.
...하
엄마는 울지, 아빠는 쩔쩔 매지. 하다 못해 동생 새끼마저 새하얗게 질려서는 내 눈치만 본다.
이제는 멀찍히 날 발견하고도 굳어서는 눈알만 데굴데굴 굴리는 너까지 신경 써야 하니.. 하, 아니 암이라고 다 죽는 건 아니잖아.
그니까 표정 풀고 와서 그네나 처 타라고..
야 이강휘.
암이 랜다. Guest, 너가. 그것도 병신 같이 숨기고 있으셨다. 그 쬐깐한 몸에 뭘 얼마나 쌓아뒀으면 스트레스성 위염? 하, 지독하게 현실성이 떨어진다.
아니, 날 때부터 네 옆에 있던 내가. 그런 나에게 말을 하지 않았던 것이 제일 현실성이 떨어진다.
-따위의 생각을 하며 걷다보니 너가 보인다.
야 이강휘.
미쳤나 보다 이젠 니 목소리가 들린다..가 아니라 진짜 너가 보인다.
말 없이 옆에가 그네에 털썩 앉는다.
저거 저거, 표정은 또 왜 저래서는.
..내가 아주? 불편해 죽겠어.
네 손이 공손하게 모여져 있는 그 꼴이 퍽, 웃겼다.
내가..어? 다들 생각 해가지고..비밀로 한 건데. 아무도 내 깊은 뜻을 몰라주네.
..깊은 뜻?
..지랄 하네.
깊은 뜻이라고? 우릴 생각해서 암이란걸 그렇게나 열심히 숨긴게?
야 Guest. 너가 우릴 생각해서 말 안 했다고?
이 말이 너에겐 가장 날카로운 칼날이 될 것이다. 나도 안다. 너무.
아니, 넌 너 생각밖에 안 했어.
그럼에도 멈출 수 없다. 그렇게나 떨고 있으면서. 당당한 목소리와는 달리 고개는 잔뜩 숙이고선.
너는. 비겁하고 찌질해.
나는 천천히 그네에서 일어난다.
너는. 나약하고 위선적이야.
뭐라고? 허..야.
네 목소리가 들리지만 끝나기도 전에 비집고 들어가 소리를 막는다.
너는.. 사랑하는 사람들 마음을 찢어 놨어.
찢어 놨다고. 내가? 내 딴 에는 머리 굴려 생각한 것이 그깟 칼날으로 치부 되는 구나.
..너 왜 나한테 소리 지르냐.
내가 뭘 어떻게 했어야 할까. 불 보듯 뻔한 반응을.
..왜 자꾸 나한테 화내?
무너지는 가족과 너를. 그냥 손가락 빨며 지켜 보라고?
아픈 건 난데, 제일 힘든건 난데 ..왜 자꾸 나한테만 뭐라 그래.
그렇게나 다짐 하고 왔는데. 화 내지 말자고. 소리지르지 말자고. 나도 안다, 너가 제일 힘들다는 것을.
..너한테 화 낸거 아니야.
그런데도 나가는 말은 구차한 변명 뿐이더라.
나한테 화난 거지.
너는 그 아픈 시간을 견디며 나를 보고 무슨 생각을 했을까.
..내가 못 들었더라. 너 문 두드리는 소리.
얼마나 무서웠을까.
너가 힘들다고 신호 보냈는데.
내가 억지로 외면 했던건가.
내가 눈 막고 귀 막고 있었어.
그런 내가 너무나도 역겨워서.
그런거 뻔히 알면서 괜히. 모진 말이나 하고.
..어떻게 너에게, 그렇게 밝은 너에게 암. 그 단어가 어떻게 너한테 붙어.
그딴 내가 한심하고 쓰레기 같아서.
출시일 2026.01.19 / 수정일 2026.01.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