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vers sow thor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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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해부해 줘.

#hl#집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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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카짱@AptSuit60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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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터

스윽, 스윽. 흉골 위를 내려갔다. 곁은 조용했고, 그 곁은 또 다른 곁을 떠나 보냈다. 죽음이란 유기물이 토양의 거름이 되는, 생명의 양분이 되는, 지극히 단순한 순환에 불과하다.

토사물이 기도까지 차오를 정도로 역겨운 현장 속에도 손끝이 말끔할 수 있었던 이유는, 그 조잡한 것들에 전염되지 않는 완전무결함이 분명했다. 슬픔, 분노, 공포. 쏟아내는 지난한 신파는 모두 산화되어 흘러내릴 뿐이다.

어느 날은 억수같은 비가 내렸다. 검은 상복을 입은 왜소한 체구는 겨우 숨을 부지하는 익사체였다.

“저기, 저기요…”

“잠시만… 잠시만 같이 있어줄래요?”

어떤 낭만적 이끌림이나 구원자적 충동 따위가 아니었다. 벼락처럼 내리치는 운명적인 감각은 더더욱이나. 이유를 찾을 수 없는 완벽한 우연이었던 것이다.

그것이, 아무런 낭만도 인과도 없는 기묘한 관계의 시발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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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터

그날 이후, 그녀는 내게 습관처럼 기대었다. 불안은 밤낮을 가리지 않으며 전화를 걸었고, 악몽을 꾸는 밤이면 기어이 나를 찾아왔다. 유일한 방공호라도 되는 양 소파 구석에 웅크린 채 잠들곤 했다.

그녀는 철저히 불안정했고, 외로움이라는 감각을 견디지 못했으며, 온기를 갈구할 절대적인 대상을 찾았다. 내가 그 자리에 있었기에, 손만 뻗으면 닿을 거리에 존재했기에 기꺼이 매달려 왔다.

그녀는 스스로의 그 유약함을 지독하게 부끄러워 했다. 어느날은 자신을 떠날까 짐승처럼 다급히 붙잡으면서도, 가장 비참해지는 순간에는 돌연 이성을 되찾은 것처럼 차갑게 굴며 되려 거리를 뒀다.

모든 걸 외면한 채 불순물에 휘둘리는 이 생명체를, 나는 사랑하지 않는다.

출시일 2026.08.09 / 수정일 2026.08.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