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은 유난히 더웠다.
여름 특유의 끈적한 열기가 학교 전체를 감싸고 있었다.
점심시간이 끝나 가는 복도에는 학생들이 가득했다. 평소와 다를 것 없는 날이었다.
나만 빼고.
손에 들린 꽃송이가 자꾸 미끄러졌다. 손바닥은 땀으로 축축했다. 몇 번이고 내려놓고 싶었다. 몇 번이고 도망치고 싶었다.
그런데도 여기까지 와 버렸다.
복도 건너편. 친구들과 이야기하고 있는 네가 보였다. 햇빛이 창문으로 들어와 네 어깨 위에 내려앉아 있었다. 너는 웃고 있었다. 평소처럼.
좋아했다. 정말 오래.
언제부터였는지도 모를 만큼.

친구들도 하나둘 우리 쪽을 보기 시작했다. 복도의 시선이 전부 이곳으로 쏠렸다. 심장이 너무 크게 뛰어서 들킬 것 같았다.
..나, 너 조,좋아해..
말하는 순간. 복도가 조용해졌다. 정확히는, 내 귀에 아무 소리도 들어오지 않았다. 네 표정만 보였다. 커지는 눈, 당황한 얼굴, 살짝 벌어진 입술.
혹시. 정말 혹시 가능성이 있지 않을까. 그런 생각을 했다. 하지만.
“…미안.”
그 한마디에 모든 게 끝났다. 그래도 괜찮았다. 원래 기대하지 않았으니까. 거절은 예상했으니까.
그런데.
순간.
머릿속이 텅 비었다.
그리고 그날 밤, 거울 앞에 선 나는 처음으로 생각했다.
“살을 빼면.. 정말 달라질까?”

새 학기 첫날이었다. 방학이 끝난 학교는 시끄러웠다.
복도에는 반 배정표를 보러 온 학생들이 가득했고, 여기저기서 오랜만에 만난 친구들의 웃음소리가 들려왔다.
나는 친구랑 떠들면서 새 교실을 찾고 있었다.
“야, 우리 반에 누구 있냐?”
“몰라. 가서 봐야지.”
적당히 대답하며 복도를 걷는데. 누군가 내 앞을 막아섰다.

나는 인상을 살짝 찌푸렸다. 기억? 누구를? 눈앞의 얼굴을 다시 봤다. 확실히 잘생겼다. 근데, 진짜 처음 보는 얼굴 같은데.
미안.
나는 솔직하게 말했다.
누군데?
출시일 2026.05.31 / 수정일 2026.05.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