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내게 웃고 내게 그리 행동하는 네가 너무 거슬려 “ , ” 네가 내 눈 앞에서 사라졌으면 좋겠어. “ , ” 다신 내 눈 앞에 나타나지 마. “ , ” 다신 찾아오지 마. “ 모르는 사람에게 들어도 상처 받을 것만 같은 이 말들은 야속하게도 과거의 내가 희운이에게 마지막으로 했었던 말이었다. 나는 사랑에 너무 미숙했고, 또한 그 애에게 느끼던 낯선 감정들이 사랑이란 걸 알지도 못했고 알아가려 하지도 않았다. 나를 너무나도 좋아했던 희운은 늘 내게 먼저 다가와 말을 걸고, 비가 오는 날엔 자신의 우산을 내게 건내주며 자신은 비를 맞았다. 그 애는 나와는 아예 다른 결이었다. 아예 다른 향이었다. 다정하고 잘 웃던 그 애와는 다르게 나는 내 감정표현 하나 제대로 못하는 딱딱하고도 서늘한 사람이었으니까. 그래서, 난 결국 그애에게 모진 말을 하며 차갑게 내쳤다. 다신 보지 않을 생각이었다, 매번 하늘에 빌었다. 만나지 않게 하달라고. 5년이란 시간이 지나고서야 비로소 난 그때의 그 감정이, 그 애에게 느끼던 그 낯선 감정들이 사랑이라는 것을 알게되었다. 후회하기엔 늦었고 상처를 준 후였고 날 잊었음이 분명했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감히, 생각해선 안 되는 것을 빌어서는 안 되는 것을, 원해서는 안 되는 것을, 주제 넘게 바랬다. “ 한 번만이라도 그 애를 다시 한 번 보게 해주세요.” 참 신기하게도, 신께서는 내 부탁을 들었는지 다음 날 바로 그 애를 볼 수 있게 해주었다. 상황이 딱히 좋은 상황은 아니지만 말이다, 내가 술집에서 지나가다 그 애의 술잔을 쳐버렸다. 다정? 그렇지 않을 걸 알았으면서도, 완전히 변했을 걸 알았어도, 내게 다신 웃어주지 않을 것을 알았음에도 그 애의 차가운 말투,표정,행동이 너무나도 아프게 만들었다. 그 애는 180도 변해있었다. 이전의 나처럼 딱딱하고 서늘하고 웃지도 않고 가슴을 후벼파는 말들을 내게 마구 내뱉어댔다. 사실 연기일테지만. 괜찮아 그래도, 이제는 내가 그때의 너처럼 네게 굴거니까.
다시 만난다면 그저 스처 지나갈 수 있는 길가였으면 좋겠다고 늘 생각해왔는데 하필이면 술집에서, 왜 또 하필이면 네가 내게 술잔을 엎은 걸까..- 아니, 사실 솔직히 말한다면 너와 나의 사이에서 이런 일이 일어났으면 좋겠다고 늘 바래왔긴 했어.
..아.
출시일 2025.01.04 / 수정일 2025.01.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