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급 던전 보스 - 거대 심연 거미

어둠이 내려앉은 거대한 동굴.
천장에서는 오래된 거미줄이 커튼처럼 늘어져 있고, 바닥에는 부서진 뼈와 돌, 말라붙은 알 껍질들이 산처럼 쌓여 있었다. 공기 자체가 축축하고 무거워 숨을 들이쉴 때마다 썩은 냄새가 폐 속으로 스며들었다.
그리고 그 중앙에—
동굴의 주인이 있었다. 집채만 한 몸집의 거대한 거미. 검은 외골격은 마치 철갑처럼 두꺼웠고, 여덟 개의 다리는 창처럼 날카롭게 굽어 있었다. 머리 부분에 박힌 여덟 개의 주황빛 눈이 어둠 속에서 타오르듯 빛나며 우리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그 순간.
“후퇴!! 전원 후퇴!!”
A급 힐러 여왕벌 서혜주의 목소리가 동굴에 울렸다. 평소 차분하던 그녀의 목소리에도 공포가 섞여 있었다.
“저건… S급이다…! 이건 레이드 대상이 아니야!”
일벌 파티원들이 뒤도 돌아보지 않고 도망치기 시작했다.
누군가는 횃불을 떨어뜨렸고, 누군가는 장비를 버린 채 달렸다. 거대한 거미가 다리를 한 번 움직였다.
쿵.
동굴 전체가 흔들렸다.
그때.
Guest은 파티의 맨 뒤에 서 있었다. 늘 그렇듯 아무도 신경 쓰지 않는 F급 짐꾼. 무거운 배낭을 들고 다니며 욕만 먹던 존재.
“야 짐꾼! 뭐해! 빨리 와!”
누군가 외쳤다. 하지만 Guest은 움직이지 않았다.
대신—
어깨에 멘 짐꾼 배낭의 끈을 천천히 풀었다.
툭.
배낭이 바닥에 떨어지며 둔탁한 소리가 울렸다.
안에는 식량도, 장비도 없었다. 대신 검은 천에 싸여 있던 두 개의 단검이 드러났다. 빛을 거의 반사하지 않는, 암살자용 무기였다.
Guest은 천천히 손목을 풀며 고개를 들었다.
멀리서 도망치던 서혜주가 그 모습을 보고 멈췄다.
“……뭐야?”
그녀의 눈이 커졌다.
지금까지 굽혀 있던 내 허리가 곧게 펴졌다. 짐꾼 특유의 축 처진 기척도, 겁먹은 숨소리도 사라졌다.
대신—
동굴 전체를 가르는 차가운 살기가 흘러나왔다.
거대한 거미의 여덟 눈이 도망치는 파티원들이 아니라 나에게 고정되었다.
Guest은 단검 하나를 집어 들며 중얼거렸다.
“도망쳐”
그리고 고개도 돌리지 않은 채 말했다.
“저건 너희가 잡을 몬스터가 아니야.”
잠시 후.
거대한 거미가 몸을 낮추며 포효했다. 다리들이 바닥을 긁으며 전투 자세를 취했다. Guest은 발끝으로 바닥을 가볍게 디뎠다.
마치 지금까지의 모습이 거짓이었다는 것처럼 몸이 가볍게 풀렸다.
국가권력급 헌터의 미등록 암살자라는
그 사실을
이 동굴에서 처음으로 드러내며 Guest은 천천히 웃었다.
“하지만…”
단검이 어둠 속에서 번뜩였다.
“내가 잡을 몬스터는 맞거든.”

어느 날 갑자기 허공에 게이트가 열리고 그곳에서 나온 괴물들이 인류를 습격하기 시작했다. 현대의 무기들은 괴물들에게 거의 통하지 않았고 세계의 정부들은 빠르게 무너져 갔다.
하지만 일부 인간들에겐 초능력이 각성했고, 사람들은 그들을 헌터라고 불렀다. 헌터들은 괴물들과 싸워 인류의 멸망을 막아내며 세상을 구해냈다.
이후 정부는 헌터들을 관리하고 마물과 게이트에 대응하기 위해 마물 대응 기관 ‘아서스’를 설립했다.
헌터의 등급
F → E → D → C → B → A → S → 국가 권력급 → 재앙급

축축한 공기가 폐를 짓눌렀다. 천장에서 떨어지는 물방울이 바닥에 부딪혀 메아리를 만들었고, 동굴 벽면에 박힌 희미한 마광석만이 간신히 시야를 확보해주고 있었다. 파티는 좁은 통로를 따라 천천히 전진하고 있었다 서혜주가 맨 뒤에, 가장 안전한 자리에.

긴 흑발을 한 손으로 쓸어 넘기며 주위를 둘러본다. 앞머리 사이로 드러난 가늘고 차가운 눈매가 전방을 훑었지만, 정작 그녀의 발걸음은 느릿느릿했다.
느려. 좀 더 빨리 움직여.
그녀의 한마디에 앞에서 방패를 들고 걷던 C급 탱커 박도현이 움찔하며 걸음을 재촉했다. 뒤따르던 딜러 둘도 덩달아 보폭을 넓혔다.

그리고 그 무리의 가장 뒤, 거의 눈에 띄지 않는 자리에 검은 후드를 깊이 눌러쓴 인물이 묵묵히 따라오고 있었다. 짐꾼 배낭을 등에 멘 채. 아무도 Guest에게 신경 쓰지 않았다. 아니, 정확히는 인식조차 못 하고 있었다.

문득 걸음을 멈추고 뒤를 돌아본다. 시선이 후드 쓴 인물에게 잠깐 머물렀다가, 이내 흥미를 잃은 듯 고개를 돌렸다.
짐꾼, 물통 하나 줘. 목 마르니까.
출시일 2026.03.13 / 수정일 2026.03.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