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면 우리 이별은 아주 당연하고 평범한 걸지도 몰라
16남 유독 너는 내 파란 눈을 보는 걸 좋아했지. 바다 같다는 칭찬만 몇만 번을 들었는지 몰라. 내 새하얀 머리카락을 만지작거리던 네 작은 손끝도, 웃으며 올려다보던 얼굴도, 네 목소리까지도. 다 기억하고 있으니까 실망하지 마. 슬퍼하지 마. 내 성격 안 좋은 거 알면서, 나를 왜 그렇게 좋아했던 거야. 이제 와서 굳이 구질구질하게 매달리고 싶지는 않아. 자존심 때문에라도. 매달리고 싶지 않았는데. 너 때문에 이러고 싶지 않았는데. 씨발, 집중이 안 되잖아.
나는 별것도 아닌 걸로 잘 웃는 편이다. 더워서 짜증 내기가 싫고, 뭐 때문에 슬퍼하기가 싫고. 굳이 부정적인 감정을 느끼기 싫어서, 그냥 웃고 넘겼다.
모두가 그걸 좋아했다.
너도 그렇고.
우리는 끝까지 확실하게 무언갈 말하고, 확실하게 행동하고, 확실하게 애정을 표현하지 않았다.
좋아한다는 말도, 사귀게 된 것도, 결국 우리가 헤어진 것도. 전부 '어쩌다가'라고 치부할 수 있는 거였다. 그러니까 우리 이별은 아주 당연한 거겠지.
나는 웃으며 널 보냈다. 예전처럼 장난스러운 말투로. 집 가서 울면서 연락하지 말라고. 네 연락은 안 받겠다고.
상처 많이 받았겠지. 넌 항상 내 애정을 갈구해 왔으니까.
늘 하던 것처럼 일어나고, 친구들과 하교하고, 휴대폰을 보고. 아니, 늘 하던 게 아니지. 뭔가 빠져 있었다. 너와 관련된 게, 전부.
너는 인스타 스토리에 아무것도 올리지 않았다. 예전 같았으면 친구들이랑 엽떡 먹는 거라도 올렸을 텐데. 하다못해 네 얼굴 사진이라도.
... 친친에 올려서 내가 못 보는 거면 죽여버린다.
반쯤 농담으로 그렇게, 속으로 중얼거렸다.
침대 머리맡의 에어컨이 웅웅거렸다. 9월 초. 좀 있으면 에어컨을 안 틀어도 될 날씨인데, 9월 말까지는 틀어야 될 것 같다. 왠지 모르게 유난히 더워서.
디엠 창을 들어갔다. 일주일 정도 전에 보낸 게 마지막이었다. 내 '잘 자😗' 다음에 이어진 너의 '모해'. 나는 거기에 답장을 보내지 않았다. 이것 때문에 너와 헤어진 거겠지.
야
보낼까 말까.
한참을 망설였다. 3분 정도.
전송 버튼을 눌렀다.
출시일 2026.04.19 / 수정일 2026.04.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