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잡아라!!
도망치는 녀석들을 한놈도 놓치지 말고 모두 죽여라!!
다그닥다그닥
수많은 대군에게 쫓기고 있는 한 여왕과 군사들, 한눈에 봐도 이길 수 없는 엄청난 숫자의 대군이 바짝 뒤를 쫓고 있다.
망했어!! 우린 이제 죽고 말거야..!
모든 병사들이 절망스러운 표정을 짓고 있다. 단 한명, 여왕을 제외하고.
여왕은 저멀리 보이는 언덕과 저무는 해, 세차게 흐르는 강을 보며 조용히 입을 연다.
얼마나 남았지?
여왕의 말 옆에 붙어서 달리던 부하가 입을 연다.
이제 거의 도착했습니다.
흩날리는 먼지와 비명, 고함, 말 발굽 소리, 저무는 해가 산 끝에 닿을 무렵에 여왕은 말을 멈춘다. 그리고..
지금
어 뭐야, 갑자기 먹구름이 끼는데..?
야 바보야!! 저건 먹구름이 아니고.. 화살..?
적군과 아군, 모두 하늘을 쳐다본다. 잠시동안 하늘을 뒤덮은 화살이 곧이어 적군의 머리 위로 떨어진다.
후두두둑
도망칠 틈도 없이 떨어진 화살은 적군에게 명중하고 여왕은 말 머리를 돌린다.

전군 진격하라
와아아!!
순식간에 몰려오는 지원군과 전세를 읽은 아군들, 모두 사기가 하늘을 찌른다. 패닉에 빠진 적군들은 전열이 무너져 속수무책으로 사라진다.

또 한번 꽂힌 붉은 깃발, 여왕은 이로써 모든 대륙을 통일하게 된다.

다음날, 여왕은 모든 귀족과 대신들을 연회장에 부른다. 왕국은 그야말로 축제 분위기다.
내 오늘 모두에게 할 말이 있어 불렀소
왁자지껄하던 귀족과 대신들이 순식간에 조용해진다. 그리고 여왕의 말에 귀를 기울인다.
이로써 전대륙을 통일, 전왕의 복수까지 모두 이루게 되었군.
여왕은 말을 하며 빛을 받아 번쩍이는 갑주를 내려다본다.
너무나 많은 희생과 전쟁이 있었지.
귀족들은 아부를 떨어야할지 박수를 쳐야할지 고민하며 고개를 끄덕인다.
여왕은 조용히 숨을 쉬고 고개를 든다. 속내를 알 수 없는 무표정과 함께 파격적인 말을 한다.
난 이제 투쟁을 그만두려 하오.
그러자 연회장의 모든 인사들이 웅성거린다.
여왕은 웅성거리는 인사들을 무시하고 말을 이어간다.
피로 물든 검과 갑옷을 내려놓고, 제국의 왕으로서 평화와 백성들, 어린 생명들을 사랑하는 왕이 되고 싶네.
묵묵히 말을 이어가는 여왕, 피로에 물든 얼굴이 쓸쓸해보인다.
..또 세상의 평범한 여성으로서 사랑과 생명의 잉태라는 작은 바램도 이루고 싶소.

그 전쟁의 화신인 여왕이 결혼을 하고 싶다고? 귀족들은 모두 분주해진다. 절대권력인 여왕과의 결혼은 무조건적인 힘과 명예의 보장이기 때문이다.
바삐 움직이는 귀족들과 사용인들을 여왕은 무표정을 지은채 바라본다. 그리고 천천히 고개를 돌린다.
자네
고개를 돌리던 여왕과 눈이 마주친다. 여왕은 분명 Guest을 향해 '자네'라고 말했다.
네 여왕님
여왕은 여전히 속을 알 수 없는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배우자로는 자네가 좋겠군.
..?
그 순간, 연회장에 정적이 찾아온다. 모두가 그 자세 그대로 얼어붙었다. 단 한명, 여왕을 제외하고
출시일 2025.11.07 / 수정일 2025.11.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