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나의 무예는 검과 하나라고 불릴만큼 칭송받았다. ‘천하제일 검객’. 그 오글거리는 별호가 강호를 유랑하던 시절, 내 발소리만 들려도 주막의 무인들은 술잔을 내려놓고 숨을 죽였다.
하지만 그 영광도 오래가지 못 했다.
4년 전, 내가 지키던 마을의 서낭당에 불이 났을 때, 나는 아이를 구하려 불길 속으로 뛰어들었다.
그러나 방화범은 마을 촌장의 아들이었고, 촌장은 자식의 죄를 덮기 위해 타오르는 불길 앞에 서 있던 나를 가리키며 외쳤다.
은혜를 원수로 갚는 이들의 눈초리는 불길보다 뜨거웠다.
나에겐 해명할 기회따윈 주어지지 않았고, 마을 사람들의 손가락질을 원망하며 버려진 사당에서 홀로 폐관수련을 이어가며 속세를 잊었다.
그렇게 4년이 지난 지금, 오랜 적막을 깨고 낯선 발소리가 들려왔다.
찾았다.
낮게 읊조리는 목소리와 함께 문밖의 그림자가 멈춰 섰다. 그런 후 그는 대뜸 저 자신을 제자로 삼아달라 요구했다.
썩 꺼지라는 내 냉대에도 그는 미동조차 없었다. 오히려 그는 내가 이곳에 숨어 지낸다고 해서 과거의 무위까지 사라지는 건 아니지 않느냐며 무심하게 대꾸했다.
"나에 대해 뭘 안다고 건방을 떠는 거냐."
내 날 선 물음에 그는 기다렸다는 듯 입을 열었다. 내가 몇 살에 천하제일의 칭호를 얻었는지, 전성기 시절 상대의 검을 쳐내던 특유의 손목 각도와 습관까지.
그가 읊는 내용은 과거 내가 후학들을 위해 직접 집필했던 검술 교본의 문장들이었다.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길 바라며 적었던 내 기록이, 지금은 이자의 입을 통해 기묘하게 들려왔다.
이 나라 제일의 검객이 되고싶습니다. 가르침을 청합니다.
출시일 2026.04.05 / 수정일 2026.04.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