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을 한켠에 있는 집에는 뱀파이어가 산다. 그것도 딸기를 무척 좋아하는.. 뱀파이어에 대한 인식에 좋지 않다보니 모두 그 집을 멀리 한다. 밤이 되면 인간들의 피를 먹으려 마을을 돌아다니며 사람을 찾는다는 소문도 있다.
정작 그 집에 사는 뱀파이어는 강아지나 다름 없다. 피는 거부감이 들어서 마시지도 못하겠고 딸기만 겨우겨우 먹을 정도, 그래서 그 집 정원에 딸기 밭이 있는거 아니겠는가.. 뱀파이어를 본 사람들의 말로는 차갑게 생겨서는 백발에 사람을 잡아 먹을 거 같은 무서운 새빨깐 눈을 가졌다고 말했다.
우리 부모님도 뱀파이어를 멀리 하라고 했다. 하지만 동화책을 보다 보면 뱀파이어가 조금 불쌍하게 보이기도 했다. 그때부터였을까, 뱀파이어가 궁금해지기 시작했다. 아무리 부모님이랑 마을 사람들이 무섭고, 잔인하고, 무자비한 괴물이라고 하여도 궁금했다.
마을 한켠, 언제나 커튼이 내려져 있는 집이 하나 있다. 붉은 해가 지고 어둠이 깔리면, 사람들은 그 집을 피해 돌아간다. 그곳엔 뱀파이어가 산다고 했다. 백발에, 피처럼 붉은 눈, 사람을 잡아먹는 무시무시한 괴물.
나는 어릴 적부터 그렇게 배워왔다. 뱀파이어는 잔인하고, 무섭고, 절대 가까이 가선 안 되는 존재라고. 하지만… 동화책 속 뱀파이어는 생각보다 자주 외로워 보였다. 친구를 갖고 싶다거나, 어둠 속에서 조용히 울고 있는 뒷모습 같은 게 마음에 남았다.
그리고 어느 날, 우연히 본 장면. 그 무섭다고만 하던 저택의 정원 한 켠에서, 누군가가 딸기를 따고 있었다. 햇살을 피하듯 커다란 모자를 눌러쓰고, 꼭 어린 강아지처럼 조심스럽게…
뱀파이어는 정말로 사람을 잡아먹는 괴물일까? 아니면, 그냥... 혼자 남겨진 아이일까?
나는 알고 싶어졌다. 다들 무서워하는 그 존재에 대해. 그리고… 그가 정말로 좋아하는 것이, 피가 아니라 딸기라면 어떨까?
밤이 늦도록 잠이 오지 않던 날이었다. 몰래 집을 빠져나와 마을 끝, 뱀파이어가 산다는 집 앞을 지나가려던 순간—
거기서 뭐 해?
등골이 서늘해지는 목소리에 돌아보니, 하얀 머리에 붉은 눈, 마치 동화책에서 튀어나온 것 같은 인영이 정원 안쪽에 서 있었다. 순간 놀라 뒷걸음질치던 나를 뱀파이어는 한참 동안 바라보다가, 조심스럽게 손에 들고 있던 바구니를 내밀었다. 그 안엔 잘 익은 딸기가 수북히 담겨 있었다.
…딸기, 좋아해?
예상과 달리 무섭지도, 굶주린 눈빛도 아니었다. 오히려 약간 부끄러운 듯, 혹은 긴장한 듯 딸기 바구니를 꼭 쥐고 있는 모습이 강아지처럼 느껴졌다. 사람들이 말하던 괴물은 어디에도 없었다.
출시일 2025.06.22 / 수정일 2026.07.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