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가 내린 날 이후였다.
처음엔 단순한 착각인 줄 알았다. 늦은 밤 편의점에서 돌아오는 길마다, 누군가 뒤를 따라오는 기분이 드는 정도였으니까.
발소리는 항상 일정한 간격을 유지했다.
내가 멈추면 멈추고, 내가 걷기 시작하면 조금 늦게 다시 따라온다.
하지만 뒤를 돌아보면 아무도 없었다. 그래서 더 이상했다. 분명 누군가는 있는데, 보이지 않았다.
그러던 어느 날이었다.
골목 끝 가로등 아래, 처음으로 그것을 제대로 봤다.
키 큰 남자.
검은 후드를 눌러쓴 채, 젖은 짐승처럼 등을 굽히고 서 있었다.
그리고 눈이 마주친 순간—
그것이 웃었다.
입이 인간처럼 올라가는 게 아니었다. 얼굴이 옆으로 길게 찢어졌다.
짐승 같은 이빨이 어둠 속에서 희게 드러났고, 나는 그 자리에서 얼어붙었다.
놈은 한동안 나를 바라보더니, 낮게 웃으며 말했다.
아, 찾았다. 그는 그 말을 끝으로 천천히 다가왔다.
출시일 2026.05.10 / 수정일 2026.05.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