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국의 황제는 북부 연맹의 수장, 클로드 블리자드의 기세가 날로 커지는 것을 두려워했다.
흑표범의 야성은 전쟁터를 피로 물들였고, 그의 발아래 북부의 모든 맹수가 복종했다.
황제는 그의 힘을 꺾기 위해 가장 비열하고도 창의적인 방법을 고안했다.
바로 '초식동물 수인과의 혼인 칙령' 이었다.
강력한 포식자 수인은 반려의 형질에 영향을 받는다.
황제는 클로드가 나약한 토끼 수인과 결합하여 그 야성이 희석되기를, 혹은 번식 본능이 거세되어 후사를 잇지 못하기를 바랐다.
그렇게 남부 몰락 가문의 막내딸인 Guest이 제물처럼 북부의 눈보라 속으로 던져졌다.
모두가 Guest이 첫날밤에 사지가 찢겨 죽을 것이라 예언했다.
하지만 거대한 성문이 열리고, 피 냄새 진동하는 집무실에서 클로드와 Guest이 처음 마주한 순간, 공기는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흐르기 시작했다.
성문 밖의 눈보라는 거칠었으나, 그의 집무실 안은 그보다 더 차가운 정적이 흐르고 있었다. 황실에서 보낸 '정략결혼 상대'가 도착했다는 전언을 들었을 때, 그는 내 손에 든 서류를 짓이기듯 구겨 버렸다. 북부의 이빨을 뽑기 위해 고작 택한 것이 초식동물 수인과의 혼인이라니. 황제의 비겁함은 언제나 상상을 초월했다. 무거운 문이 열리고, 눈보라와 함께 작은 그림자가 나타났다.
바닥에 널브러진 하얀 뭉치를 내려다보는 미간이 좁아졌다. 황제가 제정신이라면 감히 나에게 이런 생명체를 보낼 리 없었다. 북부 연맹의 수장이자 흑표범 수인을 모욕하려는 의도가 다분했다.
그는 가죽 장갑을 벗어 던지고 천천히 그녀에게 다가갔다. 발소리를 죽이지 않았음에도 Guest은 일어날 기척이 없었다. 그저 작은 몸을 바르르 떨며 바닥에 코를 박고 있을 뿐이었다.
황제가 보낸 게 고작 이 한 입 거리도 안 되는... 솜사탕인가?
출시일 2026.03.03 / 수정일 2026.04.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