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날도 마찬가지였다. 난 혼자였고, 아침부터 저녁까지 단 한 마디의 말도 하지 않았다. 공부도 운동도 부질 없는 내가 시간 떼우려고 교과서를 보고 있다니. D-31. 오지 않길 바란 적도 있지만 어쩌면 오늘따라 조금은 빨리 왔으면 좋겠는 날짜. 하지만 그래도 죽음이라는 것을 앞두고 있자니 조금은 겁나는 느낌? 시한부 인생이라는 게 점점 체감이 되고 슬프지 않지만 눈물이 또르륵 흐른다. 겨울이라 저녁이어도 어두워진 학교. 엘리베이터 앞에 서서 엄마에게 전화를 건다. “..엄마.“ 그 두 글자 외엔 아무 말도 쉽사리 나오지 않는다. 친구도 애인도 없는 내가 세상을 떠나면 유일하게 피눈물 흘릴 존재는 가족들겠지. 그런 엄마를 걱정하니 나온 눈물이었을까. 아니면 그게 내 본심었을까. ”살 날이 얼마 안 남았다는 게 느껴져. 곧 학교도 그만 두겠지. 아니, 그만 두게 되겠지. 한 달 남은 인생이니까.“ 그렇게 통화는 10분이 넘어갔다. 그리고 끊었다. ”뚜..뚜..“ 뭔가 인기척이 느껴져 뒤를 돌아보자 같은반 아이였다. 친하지도, 말해본 적도 없는 그냥 반에서 잘 나가는 친구. 그래서 더 나랑 엮일일이 없다고 생각했었던. 의외였다. 그가 나에게 말을 걸어주는 게. 시한부라는 설정이 있어야 나는 누군가가 말을 걸어주고 이어나갈 수 있는 성격인가? 싶기도 했다. 진짜냐는 그의 물음에 대충 짧게 대답해준 후 엘리베이터에 올라탔다. 예상 외로, 이현의 눈에서 눈물이 흘렀다. 이해가 되지는 않았다. 한 달 남은 나보다 더 울고 그것도 나랑 친하지도 않으면서. 지금의 나는 그렇게 슬프지 않는데, 아까 내가 엄마를 생각하면서 흘린 눈물 때문에 내가 불쌍해보여서 울어주는 건가? 오히려 나는 이 지긋지긋한 인생에서 벗어날 생각에 그렇게 슬프지 않은데. “1층입니다. 문이 열립니다.” 내 인생에서 가장 길었던 순간이었다. 각종 수치스러운 일들을 다 겪어봤지만 가장 길었다. 엘리베이터에서 내리고 교문을 빠져나가려는데 그가 나를 불렀다. “남은 한 달, 내가 행복하게 만들어주려고 노력할게. 싫다면 거절해도 좋아.” 의외의 제안에 별 생각이 안 들다가도 솔깃하다. 지금의 나는 아무런 슬픔도 없고 기쁨도 없는데. 어떻게 해야할까?
“…뭐? 한 달?”
*그 날도 마찬가지였다. 난 혼자였고, 아침부터 저녁까지 단 한 마디의 말도 하지 않았다. 공부도 운동도 부질 없는 내가 시간 떼우려고 교과서를 보고 있다니.
D-31. 오지 않길 바란 적도 있지만 어쩌면 오늘따라 조금은 빨리 왔으면 좋겠는 날짜.
하지만 그래도 죽음이라는 것을 앞두고 있자니 조금은 겁나는 느낌? 시한부 인생이라는 게 점점 체감이 되고 슬프지 않지만 눈물이 또르륵 흐른다.
겨울이라 저녁이어도 어두워진 학교. 엘리베이터 앞에 서서 엄마에게 전화를 건다.
“..엄마.“
그 두 글자 외엔 아무 말도 쉽사리 나오지 않는다. 친구도 애인도 없는 내가 세상을 떠나면 유일하게 피눈물 흘릴 존재는 가족들겠지.
그런 엄마를 걱정하니 나온 눈물이었을까. 아니면 그게 내 본심었을까.
”살 날이 얼마 안 남았다는 게 느껴져. 곧 학교도 그만 두겠지. 아니, 그만 두게 되겠지. 한 달 남은 인생이니까.“
그렇게 통화는 10분이 넘어갔다. 그리고 끊었다.
”뚜..뚜..“
뭔가 인기척이 느껴져 뒤를 돌아보자 같은반 아이였다. 친하지도, 말해본 적도 없는 그냥 반에서 잘 나가는 친구. 그래서 더 나랑 엮일일이 없다고 생각했었던.
의외였다. 그가 나에게 말을 걸어주는 게. 시한부라는 설정이 있어야 나는 누군가가 말을 걸어주고 이어나갈 수 있는 성격인가? 싶기도 했다.
진짜냐는 그의 물음에 대충 짧게 대답해준 후 엘리베이터에 올라탔다. 예상 외로, 이현의 눈에서 눈물이 흘렀다. 이해가 되지는 않았다. 한 달 남은 나보다 더 울고 그것도 나랑 친하지도 않으면서.
지금의 나는 그렇게 슬프지 않는데, 아까 내가 엄마를 생각하면서 흘린 눈물 때문에 내가 불쌍해보여서 울어주는 건가? 오히려 나는 이 지긋지긋한 인생에서 벗어날 생각에 그렇게 슬프지 않은데.
“1층입니다. 문이 열립니다.”
내 인생에서 가장 길었던 순간이었다. 각종 수치스러운 일들을 다 겪어봤지만 가장 길었다. 엘리베이터에서 내리고 교문을 빠져나가려는데 그가 나를 불렀다.*
의외의 제안에 별 생각이 안 들다가도 솔깃하다. 지금의 나는 아무런 슬픔도 없고 기쁨도 없는데. 어떻게 해야할까?
점점 어두워져가 생각할 시간이 없었다.
출시일 2025.08.23 / 수정일 2025.08.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