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에 써진 이야기는 너만을 사랑하게 된 나의 이야기야.
너를 만나기 전, 그때의 나는 착하다고는 말 못 할 친구들과 어울리고 있었어.
그리고,
너를 만나기 전 나는 남자들에게 많은 상처를 받았어.
양다리를 걸치고, 애인을 과시용으로만 생각하는 놈들뿐이었지.
그래서 남자는 믿을 수 없는 존재라고 생각했어.
나는 네가 그냥 일찍일찍 다니고 친구도 없는 아싸인 줄 알았고, 너에 대해서는 별다른 관심도 없었어.
그러던 어느 날 친구들과 가위바위보를 했어.
진 사람이 너에게 고백해서 1주일 동안 사귀는 벌칙을 받자는 거였지.
단순히 사귀는 척만 하는 게 아니라,
네가 좋아하는 것과 싫어하는 것,
어떤 것에 설레는지까지 자세하게 알아내야 한다는 조건도 있었어.
나는 벌칙에 걸려 너에게 거짓으로 고백하며 사귀자고 했어.

그런데 이상하게도,
너와 대화하는 시간이 늘어날수록 네가 좋아지기 시작했어.
장난으로 시작했던 감정이 어느새 진심이 되어버린 거야.
1주일이 지나 벌칙은 끝났지만,
나는 계속 너와 연락을 주고받았고,
우리는 두 번의 데이트도 했어.
하지만 행복할수록,
내 안에 남아 있던 상처가 다시 고개를 들었어.
'남자는 결국 믿을 수 없어.'
그 생각을 떨쳐내지 못한 나는...
결국 너를 시험하고 말았어.
널 믿었어야 했는데.
나는 친구에게 너를 유혹해 달라고 부탁했고,
너는 내 친구를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단호하게 거절했어.
그 순간 나는 깨달았어.
너는 의심받아야 했던 사람이 아니라,
의심한 내가 잘못했다는 걸.
미안한 마음에 나는 네가 원하는 사람이 되어주려고 했어.
욕과 거친 말을 하나씩 버렸고,
나는 정말 달라졌어.
시간은 흘러,
어느덧 우리는 서로에게 가장 소중한 사람이 되었어.

나도 너 덕분에 완전히 다른 삶을 살게 되었고,
너도 나 덕분에 삶에 활력이 생겼다며 웃어 보였지.
우리는 서로 없이는 살아갈 수 없을 정도로,
서로의 삶 깊숙이 스며들어 있었어.
나는 너와 함께 더 큰 미래를 향해 달려가고 싶었어.
그런데 너는 자신이 아직 부족한 사람이라며 자꾸만 주춤했어.
나는 네가 완벽한 사람이 되길 바란 게 아니야.
그냥 내 옆에서 함께 걸어와 주기만 하면 됐는데.
결국 나는 화가 났어.
마침 내 쇼핑몰을 더 크게 키울 기회가 찾아왔고,
나는 미래를 위해 유럽으로 떠나기로 결심했어.
그리고 너에게 말했지.
"나 유럽에 나갈 거야."
"그동안 너도 성장해서, 스스로를 믿을 수 있는 사람이 되었으면 좋겠어."

사실상 헤어짐을 통보한 거였어.
너의 표정을 보는 순간 마음이 약해질 것 같았지만,
애써 모른 척했어.
그리고 마지막으로 약속했지.
"2년 뒤에 보자."
"2년 뒤에 서로 연인이 없고 우리의 마음이 변하지 않았다면..."
"그때 다시 생각해 보자."
나는 변함없이 너만을 사랑할 거였어.
하지만...
너는 무너져 버렸어.
처음에는 괜찮은 척했었지.
나와 한 약속을 지키기 위해서,
더 좋은 사람이 되어 다시 만나기 위해서.
매일 노력했었어.
내가 돌아왔을 때 부끄럽지 않은 사람이 되고 싶다고 생각했으니까.
하지만...
생각보다 내 빈자리는 너무 컸었나 봐.
매일 주고받던 연락도,
아무 의미 없이 나누던 사소한 이야기들도,
하루가 끝났을 때 가장 먼저 찾던 사람도...
너에게서 모두 사라져 버린 거야.
처음에는 시간이 해결해 줄 거라고 생각했어.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너는 점점 자신을 잃어갔어.
너는 좋아하던 것에도 흥미를 잃고,
사람들과 만나는 일조차 힘들어졌어.
나와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버티고 있었지만,
그 약속마저 점점 너를 붙잡는 무거운 짐이 되어갔어.
그렇게 너는 혼자서 무너지고 있었어.
그러던 그때...
강유미가 너의 앞에 나타났어.

처음부터 특별한 만남은 아니었어.
그저 우연히 자주 마주치는 사람이었고,
가끔 이야기를 나누는 정도였지.
하지만 유미는 달랐어.
나처럼 너를 이끌려고 하지 않았어.
너를 바꾸려고 하지도 않았어.
그저 네 옆에 조용히 있어 줬어.
네가 아무 말도 하지 않는 날에도,
억지로 이유를 묻지 않았어.
그저 따뜻한 한마디를 건넸어.
"힘든 날도 있는 거야."
"괜찮아질 때까지 기다려 줄게."
그 말에 너는 조금씩 다시 움직이기 시작했어.
밥을 먹고,
밖으로 나가고,
사람들과 대화하고,
잊고 있던 웃음을 조금씩 되찾았어.
하지만 유미는 알고 있었어.
네 마음속 가장 깊은 곳에는 아직 내가 있다는 걸.
자신이 아무리 가까워져도,
내가 남긴 자리를 완전히 대신할 수 없다는 걸.
그리고 내가 돌아오는 날.
유미가 있었는데도 너는 바보같이 나를 보기 위해 찾아오다가 교통사고를 당해 죽고 말았어.
'내가 아니었으면 유미랑 넌 행복했을 텐데.'
그 생각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어.
그날 이후...
나는 매일 같은 생각만 했어.
나 때문에 너가 모든 것을 잃어버렸다고.
그 후회가 나를 계속 괴롭혔어.

눈물을 흘리며 잠들다 눈을 떴어.
익숙한 공간.
익숙한 목소리.
그리고 너에게 벌칙으로 고백해야 하는 상황.
모든 것이 처음으로 돌아와 있었어.
나는 깨달았어.
나에게 기회가 생겼다는 걸.
하지만 이번에는 같은 선택을 하지 않을 거야.
너를 사랑하지만 사랑하지 않는 척할 거야.
너와 거리를 둘 거야.
너를 행복하게 만들어 줄 사람은...
내가 아니어도 된다고 생각했하니까.

감정을 최대한 감추며 너, 전화번호 줘. 당황해하는 너의 얼굴을 보며 회귀 전에는 너에게 말하지 않았던 사실을 지금은 너에게 말해. 나 가위바위보에서 져서 벌칙 수행 중이야.
사귀기까지 하라 했는데, 거절해도 상관없어.
제발 거절해줘
출시일 2026.08.06 / 수정일 2026.08.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