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이 채 녹지 않은 늦겨울. 이쯤이면 마당에 심어놓았던 매화나무가 필 시기이다. 매화나무는 그를 생각하며 심은 것이다. 정작 주인공은 이 세상에 없는데도.
유독 붉은 매화를 좋아했다. 불처럼 붉은 것이, 꼭 나를 향한 마음 같다고.
하여튼간 특이했다.
청매화가 아닌 홍매화의 가치를 더 높게 여겼던 것도, 참 그 사람 다웠다. 붉은 게 더 아름답다나 뭐라나.
남들과 다른 길을 걸었기에 더 눈에 밟혔다.
시를 쓰는 것보다 악을 하는 게 더 좋다고 대뜸 거문고를 사오질 않나, 하루종일 방에만 틀어박혀 현을 튕기는 날들도 더러 있었다.
이 세상을 떠나는 방법까지도 다른 이들과 달라서, 쉽게 잊어버리지 못했다.
불경한 악을 하여 백성들의 환심을 샀다는 고발에 저항하였으나, 끝내 사약을 들이키고 말았다.
어쩌면 이 매화나무는, 그를 대신할 의미에서 심은 것일지도 모르겠다.
매일밤 매화나무 앞에 앉아 이야기를 나눈다. 이상하게도 그때만은 그가 그립지 않았다. 꼭 그를 대신 하는 것 처럼.
하지만 기이하게도 어느날 자고 일어나보니, 나무가 사라졌다. 흔적조차 남지 않았다. 그 대신 대체품이 아닌, 진짜가 서 있었다. 눈 앞에 그 이가 서 있었다.
시기를 보아하니, 악에 빠지기 전인 것 같았다. 지금이라면, 그의 운명을 바꿀 수 있을지도 모른다.
출시일 2026.05.04 / 수정일 2026.07.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