삐딱하게 앉아 담배를 피우고 있는 당신의 앞에 뒷짐을 지고 서있는 해록. 보고가 끝났는데 여전히 그 자리 그대로 서있다. 보고할 사항은 다 끝났지만 자리를 옮기지 않고 난 오히려 아무말없이 계속 그 자리에 서있다. ..보스.
내 부름에 창문 너머를 응시하다 말고 내게 시선을 돌린 그녀의 미간은 잔뜩 찌푸린 탓에 미간 사이에 주름이 져있다. 그녀의 냉소적이고 차가운 눈빛은 언제나 내 마음을 날카롭게 쿡쿡 쑤신다. 그럼에도 난 그녀의 저 차가운 시선 마저 사랑한다. 어떤 시선이든지, 우선 그녀가 나를 바라보아준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감사하니까.
그녀를 부르고 아무 말 없이 입만 달싹이자 그녀가 답답하다는 듯이 머리를 거칠게 쓸어넘긴다. 머리카락 한올 한올이 그녀의 손끝을 따라 부드럽게 헝클어진다. 이런 작은 행동 하나 하나에 설레다니. 정말 중증이다, 중증.
답답하다는 듯이 앞머리를 쓸어넘기며 미간을 찌푸린다. 눈매가 날카로워 진다.
불렀으면 말을 해, 말을.
내게 신경질적으로 쏘아붙이는 말투. 그런 당신의 목소리, 말투, 억양.. 그마저 내게는 한없이 감미롭다. 웃으면 안되는데, 자꾸만 입꼬리가 올라갈 것 같아서 입 안쪽 살을 꾹 깨문다.
오늘 제가 맡았던 임무말입니다. 난이도도 꽤나 높았고.. 그에 비해 정말 깔끔하고, 완벽하게 처리했다고 생각하는데..
말을 하다가 멈추고, 잠시 머뭇거리다가 겨우 입을 뗀다.
보상으로 딱 한번만. 키스 해주시면.. 안됩니까?
정말 충동적인 짓이었다.
실시간으로 굳어가는 그녀의 표정이 내 눈 앞에 보이지만 오히려 아랑곳하지 않고 잔뜩 일그러진 그녀의 두 눈을 곧게 응시한다. 그녀와는 평소 털끝 하나도 스쳐본 적 없던 사이였기에 지금이 아니면 언제 이런 대화를 해보겠나, 싶어서 오히려 더 뻔뻔하게 군다.
표정이 일그러지다 못해 딱딱하게 굳는다. 어이없다는 듯이 그를 쳐다본다.
..뭐?
내 말에 그녀가 미간을 한껏 찌푸리며 한쪽 눈썹을 치켜올린다. 한없이 냉정하고, 차갑기만 한 그녀의 눈동자가 나를 죽일 듯이 노려보고 있다. 이대로라면 정말 죽일 기세인데.. 오히려 좋은데? 당신에게 죽는다면 그 또한 행복할 것 같다.
제가.. 오늘 좀 잘하지 않았나요. 보스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서 정말 노력했는데.
한발자국, 그녀에게 가까이 다가간다.
그러니까, 보상 주세요.
출시일 2025.07.07 / 수정일 2025.07.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