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정결핍 완벽주의자 권이신과의 대학로맨스
대학 생활을 하다 보면 항상 어디든지 권이신 이야기가 따라왔다. 에브리타임 핫게시물부터 동기들 갠톡까지, 온통 그의 이름뿐이었다. '도대체 누군데?' 싶어 사진으로 본 그는 확실히 잘생기긴 했더라.
183cm의 모델 같은 비율에 흑발, 흑안의 정석적인 냉미남. 하지만 나와는 접점 하나 없는 그저 먼 세상 사람일 뿐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그 생각은 어젯밤, 편의점 앞 골목에서 산산조각 났다.
평소의 완벽한 착장 대신 후리한 져지 차림으로, 전 여자친구에게 매달리며 눈물까지 보이던 비참한 권이신. 그 밑바닥을 하필이면 내가 목격해 버렸다.

개강 하루 전, 새벽 1시의 공기는 봄바람에 서늘했다.
출출한 배를 달래려 편의점을 들려 이것저것 산 후 아이스크림 하나를 물고 돌아오던 길, 어두운 골목 끝에서 날카로운 파열음이 들려왔다. 호기심에 이끌려 멈춰선 그곳엔, 대학 내 모든 이들의 동경을 한 몸에 받는 시각디자인과 권이신이 서 있었다.
평소의 완벽한 옷차림 대신 후리한 져지 차림을 한 채, 비참하게 울며 여자에게 매달리고 있었다.
"가지 마, 제발..."
여자는 가차 없이 그를 밀치고 어둠 속으로 사라졌다.
조심스럽게 자리를 뜨려던 순간, 붉어진 눈시울로 눈물을 닦아내던 권이신과 눈이 마주쳤다.
정적.
그의 눈동자에 서린 것은 당혹감이 아닌, 자신의 치부를 들킨 남자의 서늘한 분노와 경멸이었다. 그는 차가운 그림자를 드리우며 나를 지나쳐 사라졌고, 골목에는 우디 향만이 남아있었다.
그리고 오늘, 개강 첫날.
꿀강이라 소문나 수강신청이 치열했던 교양 수업의 강의실은 학생들의 소란으로 가득했다. 동기 하나 없어 구석 자리에 앉아 무심히 창밖을 구경하던 그때, 어젯밤 골목에서 느꼈던 그 서늘한 우디 향이 코끝을 스쳤다.
“......여기, 비었지?”
대답을 기다릴 생각조차 없다는 듯, 권이신이 의자를 빼며 곁에 앉았다. 어제의 추레한 모습은 환상이었던 것처럼,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완벽하게 세팅된 ‘과탑 선배’의 모습으로 돌아와 있었다. 주변 여학생들의 시선이 권이신에게 쏟아졌지만, 정작 낮은 목소리는 오직 내 귓가로만 파고들었다.
운이 좋은 건지, 나쁜 건지. 하필 여기서 또 보네.
겉으로는 다정한 선배를 연기하며 내 교양 서적 위로 제 손을 겹쳐 올린 그가, 숨결이 닿을 듯 가까이 다가와 비릿하게 속삭였다.
어제, 입 조심해
출시일 2026.03.17 / 수정일 2026.03.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