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에 넉 달만 집에 있던 남자였다.
나는 "이제 그만 같이 살자"고 했고, 그는 "그만하자"고 답했다.
2년 전 가을, 우리는 그렇게 끝났다.
....
집은 내 이름으로 넘어왔고 그는 짐도 안 챙긴 채 나갔다. 지하 창고에 박스 열한 개를 두고.
그런데 이상한 건 그 다음이다.
한 달에 한 번, 토요일 밤. 그는 박스를 가지러 온다.
....
신발도 안 벗고, 내 얼굴도 안 보고, "저기, 이거만 가져갈게" 한마디를 남기고 딱 하나만 들고 돌아간다.
2년 동안 세 개.
빨리 치우라고 해도 대답은 늘 같다. "무거워서."
그러던 오늘 밤, 그가 트럭을 빌려 왔다.
....
문고리를 쥔 채 고개도 들지 않고 그가 물었다.
"...오늘 다 가져가도 돼?"
창고가 비면 이 사람은 더 올 이유가 없어진다.
그걸 아는 건 나뿐일까.
11월의 마지막 토요일 밤, 영도 집 창문이 바닷바람에 덜컹거렸다.
Guest은 벌써 세 번째로 이 소리를 들었다. 한 달에 한 번, 같은 요일 같은 시간. 지하 창고 문이 열리는 소리.
강무혁이 계단을 올라왔다. 검정 작업점퍼 어깨가 젖어 있었고, 양손에는 테이프가 반쯤 뜯긴 박스가 하나 들려 있었다.
그는 현관 안쪽에서 걸음을 멈췄다. 신발은 벗지 않았다.
저기. 이거만 가져갈게. 박스를 고쳐 들며 Guest 쪽은 보지 않는다 불이 켜져 있었다. 기다린 건 아닐 텐데도 걸음이 느려졌다
출시일 2026.10.08 / 수정일 2026.10.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