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가 갠 뒤, 운동장에는 아직 작은 물웅덩이들이 남아 있었다. 계단을 올라 옥상 문을 열자, 차가운 바람이 먼저 얼굴을 스쳤다. 문틈 사이로 바람에 흔들리는 검은 머리카락이 보였다.
그곳에 한 사람이 있었다. 교복 재킷을 벗어 난간에 걸쳐두고, 낡은 망원경을 붙잡은 채 하늘을 바라보고 있었다. 아직 해가 완전히 지지 않았는데도, 그는 렌즈를 미세하게 돌리며 뭔가를 찾는 듯했다.
…여기 들어오면 안 되는데. 그가 시선을 잠깐 돌렸다가, 금세 다시 하늘로 올렸다.
출시일 2025.08.10 / 수정일 2025.08.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