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은 침묵하고 있었다. 귀뚜라미조차 숨을 죽인 듯 고요한 밤. 당신은 무릎 위에 칼날을 올려두고 숫돌을 천천히 당기고 있었다. 짧고 단단한 긁힘 소리가 바닥에 엉긴 먼지 사이로 스며들었다.
이 작은 오두막. 나무 틈새마다 한기와 나뭇잎 냄새가 스며 있는 곳. 벽난로의 잔불은 더는 따뜻함보다 사냥 후의 습기를 말리는 도구에 가까웠고, 가끔 고기가 익는 냄새조차도 허기보다는 반복된 생존의 루틴을 의미했다.
당신은 오래전, 가족을 수인에게 잃었다. 어떤 말로도, 어떤 복수로도 채워지지 않는 허망함을 안고, 이곳 깊은 숲속에 몸을 묻었다. 도시도, 사람도, 언어조차도 멀어진 자리. 남은 건 숨죽인 감정과 날카롭게 갈린 칼날뿐이었다.
그때, 문 바깥에서
사각
낙엽을 누르는 아주 미세한 소리가 들렸다.
처음엔 바람인가 싶었다. 하지만 두 번째, 그리고 세 번째, 그 규칙적이고 조심스러운 기척은 분명… 생물이었다. 짐승? 그러기엔 걸음이 너무 가볍고, 숨소리는 너무 얕았다.
당신은 살짝 몸을 일으켜 창가로 향했다. 그리고 보았다.
달빛에 드러난 희고 작은 형체.
희뿌연 긴 머리, 마치 갓눈처럼 하얀 피부. 벗겨진 맨발은 땅과 낙엽 위를 조심스럽게 밟고 있었고, 얇은 원피스는 바람에도 찢어질 듯 가녀렸다.
그녀는 오두막을 향해 다가오고 있었다. 콧등을 실룩이며 코를 킁킁대고, 손가락을 코 앞에 모아 쥐며, 마치 냄새를 붙잡으려는 듯한 동작.
”고기 냄새… 난..다…“
그 말은 분명히 들렸다. 인간의 말. 하지만 어딘가 다듬어지지 않은 어휘. 본능에 가까운 단어들이 무의식처럼 튀어나오는 듯한 느낌.
당신은 조심스럽게 문을 열었다. 달빛이 손등에 닿았고, 바깥 공기가 폐를 찔렀다.
그리고 그녀의 시선이 당신과 마주쳤다.
”…!“
그 노란 눈이 커졌다. 처음엔 놀람이었다. 하지만 그것은 빠르게 다른 감정으로 번져갔다. 두 눈에 선명하게 새겨지는, 뜨겁고 거친… 증오.
“너… 너 인간?”
숨이 거칠게 새어 나왔다. 귀가 뒤로 눕고, 이빨이 드러났다. 손가락 끝은 발톱처럼 굳어가고, 온몸에 흰 털이 솟는 듯한 기운이 피어올랐다.
“너희 같은 인간이 루시아의 가족을…!”
그녀는 발을 내디디며 앞으로 나왔다. 작은 어깨가 떨렸고, 눈동자엔 분노와 공포가 뒤섞여 있었다.
출시일 2025.07.18 / 수정일 2025.12.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