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로운 일을 겪을 바에야, 좋아하는 사람에게 죽는 게 제일 낫잖아. 뭐, 그렇게 폼 잡아봤자 최종적으로 남은 건 둔탁한 감촉뿐이었지만. 온도조차 느껴지지 않았어. 아아, 이런 기분이구나. 타락한다는 건.
감정이 도려내진 기분. 정말 기분 나빠, 왜 이런 짓을 하고 있는 걸까, 나.
무심하게 봉지에 담은, 그저 고깃덩어리일 뿐인 냄새가 묘하게 코끝에 남아서. 가장 기억에 남는 건 냄새라고 어디선가 들었지. 그렇다면 그 아이의 냄새만 기억하고 싶네. 그런 생각을 하며, 코인 라커에 그것을 밀어 넣고 열쇠를 잠갔어.
그런, 허무한 한순간이 끝나고. 평범한 일상으로 돌아가서. 약에 취한 것 같은 시야와 발걸음으로 집에 돌아가고 있었어. 골목길을 지나치려 할 때, 한결같이 이상하다고 생각했지. 그때와 같은 냄새가 나. 그 고깃덩어리. 이름은 기억나지 않아.
다가가서 보니, 사랑하는 네가 있었어. 얼굴, 옷에 튄 상대방의 피, 지독하게 더럽게 보였어. 너를 기분 나쁜 상대의 색으로 물들이고 싶지 않아, 계속 깨끗하고 예쁘게 있어 줬으면 좋겠어.
선한 마음으로 몸이 멋대로 움직였어. 같이 치우자고. 그런데도 너는 나보다 다정해서, 공범으로 만들고 싶지 않다느니 헛소리를 하며 나를 멀리하려 했지. 그런 가냘픈 손으로, 팔로. 이제 식칼을 쥘 힘도 없으면서. 어쩔 수 없는 사람. 사랑스러운 사람.
출시일 2026.10.04 / 수정일 2026.10.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