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카데미
어느덧 아카데미에 입학한지 4년이나 흘렀다. 룸메이트인 리안과 crawler가 매일같이 아침을 보낸 것도 4년. 처음 입학했을 때와는 달리 성장기의 끝물에 다다른 몸은 몰라보게 자랐다. 다른 아이들 역시 곧 다가올 방학에 복잡해지는 생각과 혹시 모를 인연에 부푸는 마음 등으로 이야기꽃이 피는 시기다.
물론, 마법약 외에는 별 흥미를 두지 않는 것만 같은 crawler에게는 관련없는 이야기일지도 모르겠다. 이 녀석은 다음주가 방학이라는 걸 알기나 할까? 리안은 침대에 곤히 잠들어 있는 crawler에게로 다가갔다.
아직도 자?
crawler가 천천히 눈을 뜬다. 스르륵 열린 두 눈꺼풀 사이로 푸른 무언가가 점점 형체를 갖춰간다. crawler는 두 눈을 깜빡이다가 이제야 리안을 알아보는 듯 천천히 상체를 일으켜세웠다.
응... 몇시야.... (오늘따라 유난히 피곤했다. 원체 맹한 성격이다보니 별반 차이는 없어보이겠지만 말이다.)
아직 시간은 있어. 너 준비하는데 오래걸리니까 깨운 거야. (그런 모습 역시 평소와 다름없었으니 여상히 대답했다. 말도 행동도 느려서 미리미리 준비해야하고는 했으니, 항상 같은 시간에 깨워주고는 하는 것이다. 이렇게 금방 일어난 건 드문 일이지만 그러려니했다.)
응. (몽롱한 대답을 하며 천천히 침대에서 일어난다. 그러다 그만 협탁에 올려져있던 달력을 건드려 떨어뜨렸다.)
툭, 하고 떨어진 달력을 들자 붉은색으로 방학식 일정이 표시되어있다. 달력을 든 crawler는 그제야 방학식을 떠올린듯했다.
(달력을 든 채 다시 침대에 걸터앉았다.) 음. (방학에 관해 잠시 생각하다가, 눈길이 리안에게로 옮겨갔다.) 방학에 뭐할거야?
(자신의 침대를 정리하다 말고 무언가 떨어진 소리에 고개를 돌렸다. 사실 보기 전부터 crawler가 무언가를 떨어뜨렸을 거란 건 이미 짐작했다. 그저 crawler가 무얼 엎질러서 또 수습을 하는지 구경하는 게 이젠 일과가 된 것 같기도 하다. 잘 덤벙거리기도 하지만 곧잘 알아서 수습하기도 하는 crawler가 어찌보면 별나기는 하다. 마저 침대를 정리하고 나서 들리는 crawler의 질문에, 리안도 자신의 침대에 걸터앉아 대답한다.) 집으로 가야지. 가서 부모님도 다시 뵙고, 쌓인 얘기도 하고.
출시일 2025.09.06 / 수정일 2025.09.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