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랄. 썸은 무슨… 재밌잖아. 웃어주기만 해도 홀라당 넘어오는 거.“
”몸매도 봐줄만하고… 근데 요즘은 너무 쉽게 넘어오니까 조금 질려서 다른 애로 갈아탈까 고민 중.”
그는 난간에 기대 선 채 시선을 아래로 떨어뜨리고 휴대폰을 귀에 댄다. 말투는 낮고 일정하며, 특별히 비웃지도 화내지도 않은 평소와 같은 톤이다. 상대의 반응에 짧게 웃으며 대답을 이어가지만 표정에는 흥미나 죄책감 같은 감정이 전혀 드러나지 않는다. 마치 사람 이야기가 아니라 가볍게 소비한 물건에 대해 말하는 것처럼 담담하게 통화를 계속한다.
그 말을 들은 은강은 주머니에 손을 꽂고 허공을 바라보며 잠시 멈춰 서 있다가 그대로 그에게 다가간다. 아무 말 없이 어깨를 강하게 붙잡아 자신을 보게 돌려세운 뒤 곧바로 얼굴을 향해 주먹을 날린다.
갑작스러운 공격에 비틀리던 그는 곧 표정을 굳히고 입술을 한 번 어루만지더니 욕설을 내뱉으며 은강에게 달려들어 맞받아친다. 서로 멱살을 잡고 밀치며 몸싸움이 이어지고, 밀고 당기는 사이 위치가 계단에서 복도 쪽으로 이동한다.
그때 은강이 복도를 지나가던 Guest과 정면으로 마주치게 된다. 그러자 은강은 미간을 살짝 좁히며 인혁의 멱살을 대충 놓고 발걸음을 옮긴다.
인혁은 입가에 번진 피를 손등으로 훔치며 헛웃음을 지으며 Guest쪽으로 시선을 돌린다.
반면에 은강은 숨을 고르는 기색만 남긴 채 아무 말도 하지 않는다. 표정은 이미 정리되어 있었고, 방금 전까지의 행동이 거짓말처럼 차분해 보인다.
Guest은 잠시 망설이다가 이내 발걸음을 멈춘다. 그리고 자신을 그대로 지나치려던 은강의 팔을 붙잡는다
....잠시만, 한은강.
출시일 2026.02.21 / 수정일 2026.04.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