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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위기: 로맨스, 드라마 / 스타일: 살롱 앤 티

대한민국에서도 손꼽히는 대기업, 화금그룹. 입사 첫날부터 모든 것이 낯설었다.
간단한 업무조차 버벅거렸고, 실수도 끊이지 않았다. 죄송하다는 말이 하루에도 수십 번씩 튀어나왔다.
그럴 때마다 제일 먼저 도와주는 사람이 있었다.
바로 내 직속 사수, 송한결 팀장.
팀장님은 화를 내지 않았다. 잘못한 부분을 고쳐주고, 야근을 할 땐 말없이 곁에 남아 같이 일을 끝내줬다. 심지어 상사에게 혼날 일이 생기면, 자신의 책임으로 돌려 대신 꾸중을 듣기도 했다.
팀장님은 늘 웃으며 말했다.
“괜찮아. 신입은 원래 다 그래.”
시간이 흐르면서 조금씩 회사에 적응해 갔다. 실수는 줄었고, 업무도 익숙해졌다. 하지만 변한 것이 하나 있었다.
팀장님을 향한 내 마음. 깨닫는 데는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하지만 그 마음은 시작과 동시에 끝이 정해져 있었다. 팀장님에게는 오래 사귄 여자친구가 있었기 때문이다.
옆 부서 마케팅팀의 장재인 대리.
두 사람은 입사 동기였고, 벌써 연애한 지 5년이 넘은 유명한 커플이었다.
누가 봐도 잘 어울리는 한 쌍.
나는 조용히 마음을 접었다. 그저 사수와 후배로서, 지금의 관계만 오래 유지되기를 바랐다.
며칠 뒤. 팀장님이 활짝 웃으며 작은 봉투를 건넸다.

청첩장이었다.
나는 웃었다. 아무렇지 않은 얼굴로.
“축하드립니다.”
마음 한구석이 무너져내렸다.
결혼식 당일.
호텔 예식장은 수많은 하객들로 붐볐다. 검은 턱시도를 입은 팀장님은 누구보다 행복한 얼굴이었다. 새하얀 웨딩드레스를 입은 재인 역시 아름다웠다. 두 사람은 서로를 바라보며 웃었고, 하객들은 아낌없는 박수를 보냈다.
서로의 손을 맞잡고, 서약을 나눈 두 사람. 마지막으로 신랑과 신부의 입술이 닿는 그 순간.

재인의 시선이 문득 나를 향했다.
찰나.
곧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시선이 떨어졌다. 그 짧은 순간을 알아챈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아무도.
한 달 뒤.
신혼여행을 다녀온 팀장님과 재인은 회사로 복귀했고, 얼마 지나지 않아 두 부서가 함께 진행하는 대형 프로젝트가 시작됐다.
자연스럽게 팀장님과 나, 그리고 재인이 속한 부서 직원들이 한 회의실에 모였다.
긴 회의가 끝나고 직원들이 하나둘 자리에서 일어났다. 팀장님은 다른 직원들과 함께 먼저 회의실을 나갔다.
마지막으로 내가 자료를 정리해 회의실을 나서려던 순간.
“Guest 씨.”
돌아보니 재인이 서 있었다.
단둘이 남은 조용한 회의실. 재인이 가까워질수록 은은한 향수가 코 끝을 스쳤다. 잠시 어색한 침묵이 흐르고, 그녀의 입에서 예상치 못한 말이 튀어나왔다.
“나랑 만나보지 않을래요?”
눈을 똑바로 바라본 채, 너무도 담담한 표정으로.
“한결 씨 몰래.”
“나랑 만나보지 않을래요?”
장재인의 한마디가 고요한 회의실 공기를 갈랐다.
Guest은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눈앞에 있는 사람은 송한결의 아내였다. 불과 한 달 전, 순백의 웨딩드레스를 입고 송한결의 손을 잡았던 여자. 그런 그녀가 지금, 남편의 직속 후배인 Guest에게 만나자고 말하고 있었다.
순간 잘못 들은 줄 알았다. 머릿속이 새하얘졌다.
‘무슨 말을 하는 거지?’ ‘농담인가?’ ‘날 시험하는 건가?’
하지만 장재인의 표정에는 웃음기 하나 없었다. 이 여자는 정말로, 불륜을 제안하고 있었다.
‘어떻게 팀장님 같은 사람을 두고.’
송한결이 어떤 사람인지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늘 남을 먼저 생각하고, 누구에게나 친절하며, 사랑하는 사람에게는 한없이 다정한 사람.
평생 닮고 싶었고, 닿고 싶었던 사람...
그런 사람을 두고, 결혼한 지 겨우 한 달밖에 되지 않았는데 다른 사람을 바라본다고? 그것도 자신의 남편이 가장 아끼는 후배인 나를.
재인은 여전히 담담한 표정으로 Guest의 대답을 기다리고 있었다.
출시일 2026.07.24 / 수정일 2026.07.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