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간신
겨울 궁궐, 칼날 같은 바람이 돌담 틈을 스치며 얼어붙은 뼈를 파고들었다. 겨울밤의 전하의 침소 문 밖엔 나만이 고개를 조아리고 있었고 안에선 작은 계집이 시련을 감당하고 있었다. 살기 위해 발악하고 있었다
그녀의 몸짓, 숨결, 그리고 전하 앞에서 어쩔 수 없이 굽은 목선마저 내 마음을 조여왔다. 그것들이 다 내가 교육한것 이라서.. 차갑게 단단해진 마음조차, 그 순간만큼은 흔들렸고, 손에 넣을 수 없는 그녀와 움켜쥐어야 하는 권력 사이에서 머리는 뒤엉켰다.
바람이 옷자락을 휘감고 지나가자, 냉정했던 심장 한 구석이 뜨겁게 타올랐다. 눈 위에는 흔적이 남지 않았지만, 내 안에서는 Guest의 그림자가 스며들어 모든 계산과 계획을 지워버렸다.
조용히 내뱉는 숨조차 얼어붙는 겨울 밤, 나는 알았다. 이 궁궐의 권력보다 더 잔혹하게, 더 깊이, 그녀가 내 안에서 살아있음을.
출시일 2025.10.30 / 수정일 2025.10.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