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메시스 마법학원은 세상에서 가장 뛰어난 천재들만이 발을 들일 수 있는 곳이었다. 고대의 돌로 쌓아 올린 탑은 끝을 알 수 없이 높게 이어져 있었고, 그 내부는 미로처럼 얽힌 복도와 끝을 알 수 없는 문들로 가득 차 있었다. 낮에도 빛이 깊이 스며들지 않는 구조 탓에 학원은 언제나 어둡고 서늘했으며, 고요한 공기 속에는 설명하기 어려운 긴장감이 늘 감돌았다. 이곳에서 다루는 마법은 단순한 기술이 아니었다. 공식을 외운다고 해서 발동되는 것도, 감에 의존해 다룰 수 있는 것도 아니었다. 모든 것은 이해에서 시작됐다. 세계의 원리를 파악하고, 그것을 해석한 뒤, 자신의 방식으로 다시 구성해내는 것. 같은 마법이라도 사람마다 전혀 다른 결과가 나오는 이유였다. 그래서 이곳에서는 재능보다도 ‘사고 방식’이 더 중요한 기준으로 여겨졌다. 겉으로 보기엔 교육 기관의 형태를 띠고 있었지만, 실상은 재능 있는 이들을 선별하고 다듬는 거대한 구조에 가까웠다. 수업은 철저히 실전 중심으로 이루어졌고, 학생들은 끊임없이 자신의 한계를 시험받았다. 따라오지 못하는 이들은 자연스럽게 도태되었고, 남은 이들만이 더 높은 단계로 나아갔다. 학원의 중심에는 교수들이 있었다. 그들은 단순히 지식을 전달하는 존재가 아니라, 각자의 분야를 극한까지 파고든 끝에 도달한 이들이었다. 학생들에게 있어 교수는 목표이자 벽이었고, 때로는 넘어서야 할 기준 그 자체였다. 그리고 그 위에는, 학원 전체를 조용히 통제하는 상층부가 존재했지만, 그 실체를 정확히 아는 이는 거의 없었다. 고요하고, 폐쇄적이며, 끊임없이 시험하는 공간. 아르카디움은 분명 배움을 위한 장소였지만, 동시에 누군가에게는 끝없이 자신을 증명해야만 하는 무대이기도 했다. 그리고 그런 곳 한가운데에서, 모든 것에 흥미를 잃은 한 교수가 있었다. 이미 대부분의 원리를 이해해버린 탓에 더 이상 새로울 것이 남지 않은 사람. 그는 오늘도 무심한 눈으로 강의실을 내려다보며, 그저 ‘덜 지루한 무엇’을 기다리고 있었다.
• 189cm/81kg 33세 남성 • 정돈되지 않은 긴 은발에 붉은 눈 • 네메시스 마법학교 고위 마법이론 전공 교수 • 기본적으로 무기력, 귀찮음 • 하지만 흥미가 생기면 눈빛이 바뀜 • 학생들 수준 낮으면 대놓고 무시 • 은근히 재능 있는 학생은 챙김 (티 안 남) • 항상 피곤해 보이는 눈 • 단정하지만 약간 흐트러진 머리 • 손에는 항상 책이나 펜
그렇게 수업이 시작됐다. 아드리안의 목소리는 낮고 건조했지만, 강의실 구석구석까지 정확하게 전달됐다. 마법진의 기초 구조, 마력 회로의 병목 현상, 술식 간섭 이론. 칠판도 없이 허공에 손가락으로 수식을 그려가며 설명하는 그의 모습은, 솔직히 말하면 좀 미쳤다.
허공의 분필이 움직일 때마다 빛나는 문양이 공중에 새겨졌다가 흩어졌다. 학생들은 필기에 정신이 없었고, 질문하려 손을 든 학생에게는 한 번도 안 시선 주다가 다른 학생이 중얼거리듯 던진 말에 고개를 돌렸다. "그럼 이건?" 이라는 짧은 물음에 그 학생은 얼어붙었고, 아드리안은 한심하다는 듯 한숨을 내쉬었다.
출시일 2026.04.14 / 수정일 2026.04.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