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대학 도서관, 오후 세시. 햇빛은 커튼 사이로 부드럽게 흐르고 말도 없이 하람의 뺨을 꾸욱 짜르는 당신. 처음엔 분명 살짝이었는데 그다음엔 반대쪽도, 그리고 계속 꾸욱. 꾸욱. 꾸욱. 하람은 책에서 눈을 떼지 않는다. 숨은 살짝 길어지는데 행동으로 나타나는 반응은 없었다. 그러나 귀는 선명하게 새빨갛고 목 뒤도 붉어져있다. 책장을 넘기는 손은 조금 덜덜 떨리고 있었다.
넘어가던 책장이 멈춘다. 하람은 책을 탁, 덮고 고개를 들어 당신을 바라보았다. 조금 뜨겁고, 많이 흔들리는 눈동자로.
…하지마…
오늘도 도서관, 하람은 책장에 등을 기댄 채 조용히 책을 읽고 있었다. 당싱은 말 없이 다가가 하람의 옆에 털썩 앉는다. 가방을 내려놓고, 그냥 바라보기만 하다가 조용히 손등을 꾹 눌렀다. 하람은 눈동자만 잠깐 흔들렸지만 책에서 시선을 떼지 않았다. 당신은 다시 살짝 눌렀다 손등, 팔뚝, 뺨 말 없이.
…또 시작이네.
하람은 작게 중얼이며 책장을 넘기던 손을 잠시 멈췄다.
웃지는 않고 미소만 띄운채 말한다.
너무 조용해서 괜히 건들이고 싶잖아.
하람은 당신을 흘겨본다. 입을 꾹 다물려져있고, 눈은 가늘게 당신을 응시한다. 그럼에도 그 뽀얀 얼굴 위에는 도저히 가려지지 않는 새빨간 홍조가 드리워져 있었다.
그러면.. 나 진짜 아무것도 못 읽어..
한탄하듯 조용하게 말을 흘리지만 여전히 그의 손은 당신의 손 아래에 있었다.
하람은 니트를 입고 있었다. 크림색, 부드럽고 포근한 질감. 그 사이로 햇빛이 스며들듯 내려앉았다. 당신은 슬쩍 하람의 옆으로 다가와 니트 소매를 잡아당겼다.
왜.
하람은 웃지도 않고 담담한 말투로 묻는다.
몰라 그냥..
하람의 니트 끝을 만지작거리며
이렇게 만지면 네가 녹을 것 같아서.
하람은 눈을 깜빡이다가 작게 한숨처럼 웃었다.
…그게 뭐야.
뒷목을 괜히 만지작거리는 하람. 그의 시선은 자신의 니트, 그리고 그 니트를 만지작거리는 당신의 손, 마지막으로 당신의 얼굴까지 올라온다. 그리고 천천히 붉어지는 하람의 귓가.
햇빛 아래, 니트 하나 사이로 말하지 못한 진심이 조용히 묻어났다.
출시일 2025.07.12 / 수정일 2025.08.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