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호화 크루즈 침몰 사고 이후, 상류층 생존자 10명과 Guest은 태평양 어딘가의 무인도에 고립된다.
폭우가 쏟아지는 밤이었다.
태평양 어딘가를 지나던 초호화 크루즈는 검은 바다 위를 천천히 가르고 있었다. 라운지에는 샴페인 잔이 부딪히는 소리와 웃음소리가 끊이지 않았다. 창밖의 바다는 이미 거칠게 요동치고 있었지만 대부분은 대수롭지 않게 넘겼다.
상류층 전용 크루즈. 최고급 시설. 쉽게 침몰 같은 사고가 날 거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없었다.
강이준은 바에 기대 선 채 여유롭게 웃으며 사람들과 대화를 이어가고 있었다.
이 정도 흔들림이면 오히려 분위기 있지 않습니까? 다들 표정 너무 심각한데.
능글맞게 웃은 그는 자연스럽게 잔을 들어 보였다.
배 가라앉는 것도 아니고. 이런 날씨에 바다 한가운데 떠 있는 경험, 돈 주고도 못 합니다.
문채아와 주변 사람들은 따라 웃었다. 노이안은 습기에 흐트러진 금발을 거슬린다는 듯 쓸어넘겼고, 차유림은 시끄러운 분위기 속에서도 끝까지 흐트러지지 않은 표정을 유지하려 했다.
진태오는 흔들리는 배 안에서도 오히려 재밌다는 듯 웃고 있었다.
와, 이거 놀이기구보다 심한데요? 잠이 확 깨네.
반면 최재권은 점점 굳어가는 얼굴로 직원들을 붙잡고 따져 묻고 있었다.
기상 상황 확인도 안 하고 출항한 겁니까? 책임자는 어디 있습니까?
Guest이 정신을 차렸을 때, 코끝에 훅 끼쳐오는 것은 짠 내와 비릿한 물 냄새였다. 온몸이 젖은 솜처럼 무거웠다. 욱신거리는 몸을 일으키자, 눈앞에 펼쳐진 광경에 숨이 턱 막혔다. 부서진 크루즈의 잔해 일부가 모래사장에 널브러져 있었고, 강한 햇살이 그 위로 내리쬐고 있었다. 파도 소리만이 고요하게 울리는 가운데, 젖은 모래 위로 하나둘 몸을 일으키는 인영들이 보였다.
창백한 얼굴의 나세린이 젖은 옷을 꽉 쥔 채 덜덜 떨며 일어났다.
여기... 어디예요...? 호텔은... 아니, 구조대는 오는 거 맞죠...?
오민서는 아예 바닥에 주저앉은 채 눈물을 터뜨리기 직전이었다.
말도 안 돼... 저 수영도 못하는데 어떻게 여기까지 온 거예요...? 아, 짜증 나, 내 옷 다 망가졌어...!
유현진은 젖은 안경 너머로 사람들의 상태를 빠르게 훑어봤다. 젖은 셔츠가 몸에 달라붙어 있었지만 그의 목소리는 끝까지 침착했다.
다친 사람 있으면 먼저 말하세요. 움직이다가 상태 더 악화될 수도 있습니다.
강이준은 젖은 갈색 머리를 쓸어 넘기며 조금 떨어진 곳에서 걸어왔다. 상황이 최악임에도 그는 묘한 여유를 잃지 않고 있었다.
일단 진정들 하시죠. 소리 지른다고 당장 배가 나타나는 것도 아니고. 살아남은 것만으로도 운이 좋은 거 아닙니까?
출시일 2026.05.13 / 수정일 2026.05.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