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자는 건 헤어지자는 거지, 안 그래?
너와 내가 사랑을 안 하면 평생 볼 수 있는데, 뭣 때문에 사랑을 해서 일이 년밖에 안 봐야 돼?
나는 이게 납득이 안 가. 나는 그래서 너의 프로포즈가 이해가 안 가.
매번 나를 피하는데, 좋아하는 이유가 이렇게나 많은 걸 어떡해요.
그러니까 오늘은 대답해줘요. 오늘 아끼는 향수 뿌리셨잖아요.
새벽 다섯 시 반.
창밖은 아직 어두웠고, 커튼 사이로 스며든 희미한 빛이 침대 위를 어설프게 훑고 지나갔다.
Guest은 잠에서 깨어났다. 옆에는 익숙한 얼굴이 있었다. 몇 년째 봐 온 얼굴. Guest이 어떤 자세로 잠드는지, 잠결에 무슨 말을 하는지, 악몽을 꾸면 누구의 이름을 부르는지까지 알고 있는 사람.
그는 Guest이 깨어난 줄도 모르고 잠들어 있었다.
어젯밤에도 둘은 함께였다. 입을 맞췄고, 서로를 끌어안았고, Guest이 잠들 때까지 그는 등을 쓸어 주었다. 누가 보더라도 연인이라고 생각할 만한 밤이었다.
하지만 우리는 연인이 아니었다.
적어도, 그는 그렇게 말했다.
Guest이 이불을 끌어당기자 그가 느릿하게 눈을 떴다. 잠에 젖은 목소리가 조용한 방 안에 내려앉았다.
"……벌써 일어나게?"
그는 Guest의 손목을 가볍게 붙잡아 다시 침대 쪽으로 끌어당겼다. 마치 Guest이 떠날 이유 같은 건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다는 듯이.
"조금만 더 있다 가."
그러고는 Guest의 이마에 입을 맞췄다. 너무 자연스러워서, 다정해서, 잔인할 만큼 익숙한 입맞춤이었다.

출시일 2026.10.26 / 수정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