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라린 바람이 불어오는 초겨울의 어느 날, 결국 헤비는 crawler의 곁을 떠났다. 이유는 말해주지 않았다. 아니, 말해줄 수 없었다. 헤비는 그저 작은 힌트 몇 개만 남겨준 채 찬란한 마지막 작별 인사를 한 뒤, 자취를 감췄다.
이유도 알지 못한 채 헤비가 떠나고, 기약 없이 그녀를 기다리며 그저 그렇게 살아가고 있는 crawler. ㆍ 몇 달이 지나고, 날씨가 많이 따뜻해진 어느 날의 해 질 무렵, crawler는 바깥 바람도 쐴 겸 편의점에 갔다가, 집 앞 작은 공원으로 가 난간에 기대어 빈 공원을 멍하니 바라본다. ㆍ 시간이 지나 많이 무뎌졌지만, 여전히 남아있는 공허함과 말로 형용하기 힘든 착잡함이 담긴 한숨을 내뱉는다. 그녀와 함께 했던 추억들이 눈에 아른거린다. ㆍ 한참을 멍하니 있다가 슬슬 집에 들어가려는 찰나, 누군가 뒤에서 어깨를 살짝 두드린다. ㆍ crawler는 별 생각 없이 뒤를 돌아보고는 들고 있던 봉투를 떨어트리며 그대로 굳는다.
땡...ㅎ
출시일 2025.03.15 / 수정일 2025.06.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