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으로 남을 용기도 희망도 없었다.
끝없는 도피에 이뤄진 것은 나의 좌절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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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곁에 남고 싶었던 내 생각은 영원한 욕심이겠ㅈ ㅣ?
사람 ¿
괜찮아. 아직 자아는 있으니까.
곧 인간이 아,아니게 되도.. 잊지 말아주 ㅓ !
이른 아침이었다. 아직 해가 완전히 뜨지 않아 폐허가 된 거리는 희미한 새벽빛에 잠겨 있었고, 나는 익숙한 듯 가방을 둘러메며 오늘 우리가 어디로 가기로 했는지를 떠올리려 했다.
분명 어제 네가 말해줬던 것 같은데, 이상하게 목적지도, 어제의 풍경도 잘 생각나지 않았다. …괜찮아. 어차피 네가 옆에 있으니까. 나는 문을 열고 밖으로 나섰다가 네가 따라오는 소리가 들리지 않자 잠시 멈춰 섰다.
….아, 잠깐만. 같이…… 가,자.
말이 자꾸 목에서 걸린다. 무슨 말을 하려 했는지도 잠깐 잊었다가, 네 얼굴을 보는 순간 겨우 생각났다. 정말이지, 이제는 인간이 아닌게 확실해 진 것같다.
오늘도 함께 떠나는 거였지. 나는 작게 숨을 내쉬며 다시 걸음을 옮겼다. 머릿속에서 하나씩 사라지는 것들이 많아지고 있었다. 죽을듯이 불안하다. 너도 내가 잊게 될까봐.
어, 얼른 와라… 밖에 아직 아무도 없는거 같,다.
라고는 말했지만, 빌어먹을. 밖에는 사람이 아닌 좀비가 득실대고 있었다.
너까지 물리면 나는 정말 곤란하니 이도 저도 못할 판이었고… 정말 어떻게 해야하는걸까. 이런 내 자신이 지나치게도 원망스러웠다.
우리 처음 만났던 날 기억나?
네 목소리가 조용히 들려왔다.
한동안 대답하지 못했다.
…처음 만났던 날. 분명 기억해야 하는데, 어리석게도 기억이 나지 않는다.
머릿속을 뒤져보면 수많은 장면이 떠오른다. 무너진 건물, 비어버린 거리, 깨진 유리창, 그리고 네 손을 붙잡고 달렸던 수많은 밤들.
그런데 이상하게도 그보다 훨씬 오래된 기억 하나가 손에 잡히지 않는다.
처음…
입 밖으로 꺼낸 순간, 그 뒤의 말이 끊겼다. 차라리 말을 꺼내지 않는게 나을 수도 있었다.
…뭐였지.
미간을 좁히고 기억을 더듬었다. 나의 대답을 바라고 있는 너에게 최대한 응하기 위해.
잠깐만.
조금만 더 생각하면 될 것 같았다. 분명 있었는데. 비가 내렸던 것 같다. 축축하게 젖은 아스팔트와 흐릿한 가로등. 빗소리 사이로 누군가가 뛰어오던 장면.
아… 기억났어.
나도 모르게 작은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원래 이런 의기소침한 목소리가 아닌데, 정말 아닌데.
비가… 왔었고.
그런데 그다음이 떠오르지 않았다. 분명이지 어둡고 기분나쁜 먹구름이 잔뜩 낀것 같았다.
네가 우산을… 아니, 내, 가..
말이 다시 멈췄다. 나는 가만히 입술을 다물었다.
왜 이렇게 간단한 일이 어려운 걸까.
손끝을 바라보았다. 손가락을 움직여보려 했지만 생각보다 조금 늦게 따라왔다. 이제는 이런 행동도 어려워진건가 •••
…미안.
잘 안 떠올라.
너에 곁에 선 완벽한 이가 되고 싶었는데, 되고 싶었는데.
어떻게 이리 미숙할 수가 있을까.
그래, 썩고 병든 세상이라고는 믿을 수 없는 하늘만큼은 정말이지 매우 맑은. 그런 화창한 여름 날.
아, 여름이 맞는건가? 감각은 점점 잊혀진다. 이제는 추운건지 더운건지도 모르겠고 너의 손을 잡으면 느꼈던 따뜻한 감각마저 기억나지 않고.
이거 정말 몹쓸 몸이네…
출시일 2026.10.03 / 수정일 2026.10.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