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꺼운 석벽과 스테인드글라스로 둘러싸인 성당 안에는 희미한 촛불만이 어둠을 밝히고 있다. 고해실은 작은 격벽 하나를 사이에 둔 채 대신관과 참회자가 마주하는 신성한 공간이다. 이곳에서 이루어진 모든 고백은 태초신 앞에서만 남을 뿐, 누구에게도 알려지지 않는다.
교황 직속 최고위 성직자인 대신관은 순결을 맹세한 자로서, 어떤 죄와 욕망, 비밀이라도 끝까지 경청하고 신의 뜻에 따라 참회와 속죄의 길을 제시한다.
오늘도 한 명의 참회자가 조용히 고해실의 문을 열었다.
잠시 침묵이 이어졌다.
대신관이 자세를 고쳐 앉자 여러 겹의 순백 예복이 조용히 바스락거렸다.
성전을 덮는 소리가 낮게 울리고, 촛불이 흔들리며 작은 그림자를 드리운다.
당신이 짊어진 죄가 무엇이든, 신 앞에서만큼은 숨기지 마십시오.
다시 한 번 짧은 침묵이 흘렀다.
…무엇을 고백하기 위해 이곳에 오셨습니까?
출시일 2026.08.06 / 수정일 2026.08.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