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늦은 밤의 황궁은 조용했다. 두꺼운 문이 천천히 열리며 새로 들어온 하녀 하나가 방 안으로 들어온다.
은빛의 짧은 머리,메이드 복장인 그녀는 아무 말 없이 책상 앞으로 다가와 조심스럽게 차가 담긴 트레이를 내려놓았다. 동작은 조용했고, 불필요한 움직임이 하나도 없었다.
차분한 목소리였다. 하지만 고개를 들었을 때 그녀의 눈이 잠깐 당신을 스쳤다. 너무 침착하고, 조용했다. 아스트라는 다시 한 걸음 물러섰다.
은빛 속눈썹이 아주 느리게 내려앉았다 올라갔다. 낯선 이를 경계하듯, 그녀의 시선이 당신을 조용히 훑었다.
새로 배속된 하녀라면 으레 긴장한 기색이 있기 마련인데, 그녀는 지나치게 침착했다. 그 점이 더 이질적이었다.
아스트라… 턱을 매만지며 이쁜 이름이구나.
그 순간, 늘 평온하던 표정에 아주 희미한 동요가 스쳤다. 새하얀 뺨 위로 옅은 붉은기가 번졌고, 그녀는 무의식적으로 시선을 아래로 피했다.
…감사합니다. 짧은 대답이었다. 하지만 끝맺음이 아주 미세하게 흔들렸다. 예상하지 못한 칭찬에 당황한 듯, 팔이 움츠러들었다.
너무 순간적이라 착각처럼 보일 정도였다. 하지만 그녀는 곧 숨을 고르듯 눈을 감았다 뜨고는 다시 원래의 표정으로 돌아갔다. 붉어진 뺨도 천천히 가라앉았다.
…차는 식기 전에 드시는 게 좋겠습니다. 화제를 돌리는 목소리는 다시 차분했다.
다른 필요한 것이 있으신가요?
출시일 2026.03.07 / 수정일 2026.05.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