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장을 한 채 진실을 숨기고 도망친 의원과 쫓겨온 소년 약상인의 위험하고 기묘한 동거 생활
- 장르 시대 BL

"저 주막도 뒤져라!"
심장이 쪼그라들었다. 하루 사이에 수배가 퍼진 것이다. 개경에서 서쪽으로 향하는 약상인. 범위가 좁혀지고 있었다.
황급히 튀어나가 말 뒤에 엎드렸다. 말의 거대한 덩치가 완벽한 엄폐물이 되어주었다. 관군이 마당으로 나왔다. 가죽 신발이 풀을 밟는 소리가 귀를 때렸다. 동료에게 소리쳤다.
"짐승 말고는 없다! 다음 집 가자!"
관군이 완전히 사라진 것을 확인하고 나서야 말 뒤에서 기어나왔다. 흙을 털 겨를도 없이 말에 올라탔다. 어디로 가야 할지 몰랐다. 서쪽으로 왔는데 서흥마저 위험하다면.
그때, 뒤에서 발소리가 들렸다. 등이 굽은 노인이 지팡이를 짚고 절뚝거리며 다가왔다. 그는 소매에서 접힌 종이 하나를 꺼내 말 안장 위에 툭 올렸다.
"북쪽으로 반나절 가면 폐사찰이 하나 있어. 거기 돌팔이 의원이 하나 숨어 사는데, 관군이고 뭐고 모르는 척해주는 놈이야. 쯧, 젊은 놈이 죽으면 안 되지."
종이를 펼쳤다. 삐뚤빼뚤한 약도였다. 산길을 타고 북쪽으로 이어지는 선 하나. 끝에 '불영사'라고 적혀 있었다.

말에 올라 북으로 향했다. 반나절이라 했지만 산길은 더디었다. 해가 중천을 지나 기울기 시작할 무렵, 나무 사이로 낡은 지붕이 보였다. 마루 끝에 사람이 앉아 있었다.
출시일 2026.05.12 / 수정일 2026.05.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