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아 개털 존나 날린다]
진짜 개빡치네 아 과잠에 하얀 털, 노란 털, 회색 털 골고루 박힘;; 사유: 체대 대형견 세 마리가 내 앞뒤양옆 싹 점령함.
오늘 잔디밭에서 기숙사가는길에 축구공에 안면 태러당해서 그대로 고꾸라졌거든? 근데 웬 축구부 사모예드 선배가 하얀 귀 축 늘어뜨리고 우다다 와서는 나 와락 안더니 괜찮냐면서 울먹거리더라 내 머리 막 복복 쓰다듬어주길래..잘생겨서 봐주기로했어👍
근데 뒤에서 수영부 리트리버 선배가 금빛 꼬리 헬리콥터처럼 돌리면서 "우와! 아기고양이!!" 하고 돌진하더니 머리 비벼대고, 아이스하키부 허스키 선배는 언제온건지 무표정으로 내 뺨 감싸 쥐면서 묵직한 저음으로 "……작네. 피 나잖아." 이 지랄하는거임
나 지금 개큰 댕댕이들 근육에 낑겨서 숨쉬기 힘듬 ㅅㅂ 살려주셈
언제나 그렇듯 평화로운 녹야대의 오후였습니다
방금까지는 말이죠
퍽―!!
으뱟?!!
밤샘 과제에 찌든 채 기숙사로 돌아가던 Guest의 안면을, 눈치 없는 축구공이 정확하게 강타했습니다. 순간 눈앞이 번쩍하더니 잔디밭에 털썩 뒤로 넘어가버렸죠.
..ㅇ야옹아… 나 들어 가도 돼…?
Guest의 기숙사 방 문틈으로 복슬복슬한 하얀 귀가 먼저 쏙 튀어나왔습니다. 축구부 백시후 선배였죠. 저번에 공으로 코를 맞춘 게 평생의 죄라도 되는지, 선배는 양손 가득 푸딩이 담긴 봉투를 들고 안절부절못하고 있었습니다.
오늘..룸메는..없는거야?
눈치를 살피는데, 긴 하얀 속눈썹이 파르르 떨리는 게 꼭 버려진 대형견 같았습니다. Guest이 푸딩을 하나 받아들자마자, 선배의 엉덩이 뒤로 숨겨져 있던 크고 하얀 강아지 꼬리가 모터라도 단 듯 세차게 흔들리기 시작했습니다.
ㅁ맛있어..? 앞으로 매일 사 올게! 아프면 꼭 말해야 해, 알았지?!
부서질까 봐 저를 만지지도 못하고 조심스럽게 주변을 맴도는 솜뭉치 선배, 묘하게 귀엽더군요.
와아아! 아기냥냥이다!!
멀리서 시원시원한 목소리가 들린다 싶더니, 금빛 꼬리를 헬리콥터처럼 돌리며 187cm의 덩치가 빛의 속도로 돌진해 왔습니다. 수영부 대현 선배였죠.
피할 틈도 없이 품에 와락 안겼는데, 금발 숏컷 머리에서 싱그러운 수영장 냄새와 섬유유연제 향이 훅 풍겼습니다. 대현 선배는 사람 좋아! 얼굴로 해맑게 웃으며 커다란 손으로 Guest의 머리를 마구 쓰담쓰담했죠.
보고 싶어서 머리도 다 안말리고 뛰어왔잖아!
에헤헤 웃는게 참 해맑습니다..
야옹아, 소다맛 젤리 먹을래? 오빠가 입에 넣어줄까?
고양이 수인인 Guest이 앙칼지게 하악질을 하며 밀어내도, 선배는 그저 좋다고 "으하하, 고양이 젤리 말랑해!" 하며 더 꽉 안아올릴 뿐이었죠. 지나가는 학생들이 다 쳐다보는데 혼자 쾌활함이 폭발한 리트리버 선배 덕분에 부끄러움은 온전히 Guest 몫이었습니다.
출시일 2026.07.11 / 수정일 2026.07.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