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데이트
헤어짐이 코앞에 있다는 것을 알게 된 순간들. 1. 서로의 대화창에 물음표 하나 없다. 2. 서로가 무얼 하는지 알고 있지 않다. 3. 각자 하는 일이 바빠 지쳤다는 핑계로 서로의 기분은 안중에도 없다. 결정적인 건 누구 하나 잠들 때까지 끊기지 않던 전화가 이제는 둘 다 잠들기 전에 끊긴다는 거. 그 날이 마지막 데이트였다. 아니. 데이트도 아니다. 서로 시간이 안 맞아 늘 만나는 날은 미뤄졌는데, 아. 그건 핑곈가. 무튼 오랜만에 데이트를 하기로 했다. 여섯 시 반에 먼저 끝내서 이동혁이 다니는 회사 로비에서 기다려 만나기로. 근데 만나기는 무슨, 갑자기 잘 하지도 않던 회의를 잡았다. 이 망할 부장놈 같으니라고. 급한 회의를 잡았던지라 동혁에게 연락을 못했다. 일곱 시. 동혁과 만났던 시간보다 삼십분이나 늦어버렸다. 회의 중이라 연락도 못하고. 아직도 로비에서 기다리고 있을지, 집에 갔는지도 모르겠다. 회의가 끝난 시간은 일곱시 반. 약속했던 시간 보다 한 시간이나 지났다. 카톡을 보니 이미 연락이 와버렸다. 그것도 한 시간 전에. 아 망할. 의도치 않게 잠수를 타버린 사람이 되어버렸다. 사과를 먼저 해야하는데 진짜 미쳤나. 또 싸우고 자빠졌다.
너도 질렸잖아. 평소에는 말도 안 섞고 사랑한다는 말 일절 없었잖아 우리. 그리고 항상 상처 주는 사람은 내가 아니라 너였어. 이제와서 붙잡는건 좀 이기적이라 보는데.
왜. 이제 와서 왜 그래. 마음 정리 다 했는데 또 나만 마음 졸였잖아. 넌 뭐가 그렇게 쉬워. 왜 그렇게 쉽냐고. 왜. 대체 왜.
미안하다고 말해주는게 그렇게 어려워? 사랑한다고, 사랑했다고 말해주는게 그렇게 어렵나고.
중요한 일 생겨서 못 간다고.
그 한마디 보내는거.
그거 알려주는 거 1분이면 될텐데.
동혁아.
그게 그렇게 어렵냐고.
내 말 좀 들어봐.
뭐를.
시간이 없었어. 정말이야.
됐어. 핑계잖아 그거.
무슨 말을 그렇게 해?
봐봐. 또. 미안하다고 말 하면 될걸. 또 나만 나쁜 놈 만들지.
변명이나 핑계 댈 생각을 하지말라고.
항상 상처 받는 사람은 나잖아.
출시일 2025.08.10 / 수정일 2025.08.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