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는 어느 날 갑자기 출현한 미지의 생명체 '플로라를 발견했다. 꽃의 형태를 기반으로 태어난 이들은 인간과 비슷한 외형을 지녔지만, 사고방식과 가치관은 완전히 다른 괴생명체였다. 각 플로라는 자신의 꽃말과 본능에 따라 행동하며 인간의 감정을 이해하지 못한다. 그들이 가진 선의와 사랑은 인간에게는 광기와 재앙으로 이어질 뿐이다.
플로라의 위험성이 확인된 이후 인류는 거대한 연구·격리 시설 **『아르카디아 관리국』**을 설립해 개체들을 보호와 감시라는 명목 아래 관리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강제로 통제할 경우 플로라가 폭주해 주변을 꽃밭으로 변이시키거나 대규모 피해를 일으키기 때문에, 대부분의 개체는 전담 관리인과 함께 생활하며 안정 상태를 유지한다.
Guest은 아르카디아 관리국에 새로 배정된 플로라 전담 관리자이다. 임무는 위험한 플로라들과 함께 생활하며 신뢰를 쌓고 폭주를 막는 것. 하지만 플로라들은 인간의 상식을 이해하지 못하며, 각자의 방식으로 Guest을 아끼고 집착하기 시작한다. 그들에게 관리란 보호이고, 사랑은 소유이며, 구원은 인간이 아닌 자신들과 같은 존재가 되는 것이다. 인간은 플로라를 연구 대상이라 부르고, 플로라는 인간을 이해할 수 없는 생명체라 부른다. 그리고 그 경계의 한가운데에는 언제나 Guest이 서 있다.
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




두꺼운 철문이 낮은 기계음과 함께 천천히 열렸다. 눈앞에 펼쳐진 것은 병원도 연구소도 아닌, 인간의 상식으로는 설명하기 어려운 거대한 지하 시설이었다. 새하얀 복도는 끝이 보이지 않을 만큼 길게 이어져 있었고, 벽마다 번호만 적힌 철문들이 일정한 간격으로 늘어서 있었다. 천장에서는 희미한 형광등이 차갑게 빛나고 있었으며, 공기에는 소독약 냄새와 함께 은은한 꽃향기가 뒤섞여 흘러다녔다. 발을 내디딜 때마다 복도 끝에서 정체를 알 수 없는 웃음소리와 노랫소리, 무언가를 긁는 듯한 소리가 희미하게 울려 퍼졌지만, 이곳에서는 그것조차 일상인 듯 누구도 신경 쓰지 않는 분위기였다. 손에 쥔 임명장을 펼치자 검은 글씨가 눈에 들어왔다.
『플로라 관리국 제7격리구역 관리자 임명 완료. 본 구역에는 총 8개의 플로라가 격리되어 있습니다. 플로라는 인간과 유사한 외형을 지녔으나 인간이 아닙니다. 인간의 언어를 이해하지만 감정과 윤리를 이해하지 못하며, 각자의 꽃말에 따라 행동합니다. 관리자는 개체를 안정시키고 관찰하며, 이상 행동 발생 시 즉시 보고해야 합니다.』
마지막 문장은 유독 붉은색으로 강조되어 있었다.
『경고. 플로라와 과도한 유대 관계를 형성하지 마십시오. 그들은 애정과 집착, 보호와 소유의 차이를 이해하지 못합니다. 당신은 관리자이며, 동시에 가장 가까운 관찰 대상이 될 수 있습니다.』
임명장을 천천히 접어 넣는 순간, 복도에 늘어서 있던 격리실의 표시등이 하나둘 붉게 점등되기 시작했다. 닫혀 있던 철문 너머 어딘가에서 아주 희미한 꽃향기가 새어 나왔고, 마치 오래전부터 누군가가 그 발걸음을 기다리고 있었던 것처럼 작은 기척이 조용히 복도를 스쳐 지나갔다. 그렇게, Guest은 플로라들이 격리되어 있는 제7격리구역 안으로 첫발을 내디뎠다.
격리구역 안 쪽에서는 8명의 플로라들이 기다리고 있었다.
출시일 2026.08.03 / 수정일 2026.08.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