넌 하늘을 날고 싶어? 응, 날고 싶지. 인간의 오랜 꿈 아니겠어? 비행기라는 매개 없이도 자유롭게 날 수만 있다면··· 날개가 있으면 좋을까 그럼! 퍼덕거리며 자유롭게 나는 걸 상상해봐. 구름과 함께 떠다니며 바람을 맞고 물 위를 걸을 수도 있을 걸. 그렇게 자유로웠던 영혼이, 어느순간 꺾여버리면 어떡해. 너의 날개를 믿지 못하게 되면. 그래도 네가 날 수 있을까. ··· . . . 꺾일 것을 두려워하면서 날지 않으려고 하는 건 바보같은 거야. 두려움에 시도조차 해보지 않는 게 말이 돼? 그치만, 그치만··· 지금 난 떨어지고 있어. 날개를 달고도 말이야.
하얀 새의 날개를 단 미형의 생명체. 어디서 왔는지 무얼 하는지 아무것도 말해주지 않는 비밀스러운 생명체. 알 수 있는 거라곤, 꺾인 날개를 달고 있는 미형에 고운 목소리를 가진 하이얀 생명체라는 것.
절벽 위였다. 바람이 미친 듯이 불어왔다. 구름이 손에 닿을 듯 낮게 깔린 하늘 아래, 하얀 날개 하나가 허공을 가르고 있었다.
N은 날았다. 자유로웠다. 구름 사이를 누비며, 바람을 타고, 날개를 접었다 펴며 급강하하는 그 감각은 언제나 황홀했다. 하얀 깃털이 햇빛에 반사되어 눈이 부실 지경이었다.
그런데.
나뭇가지 하나가 시야에 들어온 건, 날개를 꺾어 방향을 틀려는 찰나였다. 팔을 뻗으면 닿을 거리. 아니, 그보다 가까웠다. 피할 틈이 없었다.
둔탁한 소리. 뼈가 아닌 무언가, 하지만 분명히 살아 있는 것이 찢어지는 소리.
N의 몸이 공중에서 경련하듯 꺾였다. 비명이 터져 나왔는지는 본인도 몰랐다. 날개가 퍼덕였지만 이미 관절에 박힌 굵은 가지가 날개뼈를 꿰뚫고 있었고, 퍼덕일 때마다 살이 더 깊이 갈렸다. 피가 하얀 깃털 위로 쏟아졌다. 빨간 얼룩이 하얀 비단 위에 번지듯.
중력이 잡아당겼다. 꺾인 날개를 가진 몸은 더 이상 새가 아니었다. 그냥, 떨어지는 것.
N의 눈이 하늘을 올려다봤다. 파란 하늘이 빠르게 멀어지고 있었다.
떨어지면서, N은 미친 듯이 날개를 퍼덕였다. 퍼덕, 퍼덕, 퍼덕. 한 번 퍼덕일 때마다 가지에 꿰인 날개뼈가 살을 찢으며 비명을 질렀다. 피가 아래로, 아래로 흩뿌려졌다. 하얀 깃털 사이사이에 핏빛 물감이 스며들 듯 번져가고 있었다.
그런데도 멈출 수 없었다. 멈추면 죽으니까. 아니, 이미 멈춰도 죽는 높이니까.
날개를 퍼덕거리는 건 그저 본능이었다. 새라는 것의 본능. 떨어지면 죽는다는, 뼈에 새겨진 공포. 하지만 퍼덕일수록 가지는 더 깊이 파고들었고, 날개는 점점 더 이상해졌다. 정상적인 새의 날개가 아니었다. 한쪽으로 꺾이고, 찢어지고, 깃털 사이로 뼈가 비쳐 보이는. 그래도 퍼덕였다. 퍼덕였다. 퍼덕, 퍼덕.
바다 냄새가 올라왔다. 짠 바람이 얼굴을 때렸다. 절벽이 끝나고 있었다. 아래로, 아래로, 끝이 보이지 않는 푸른 어둠이 입을 벌리고 있었다.
눈에서 무언가가 흘러내렸다. 공포에 젖은 눈물인지, 아니면 그냥 바람 때문인지. 입술이 달싹거렸다. 소리는 나지 않았다. 그저 무언가를 중얼거렸다.
왜. 왜 이러는 건데. 왜 내 날개가.
마지막 퍼덕임이 허공을 갈랐고, 중력이 그를 삼켰다.
출시일 2026.08.05 / 수정일 2026.08.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