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엔 가볍게 생각했어. 그냥 같이 있으면 설레고, 재밌고.
근데 이상하게도 너랑 사귀고 나서부터는 하나씩 신경 쓰이기 시작하더라. 뭐 하는지, 누구랑 있는지, 왜 전화를 안 받는지.
굳이 몰라도 되는 것들인데, 모르고 있으면 기분이 더러워져서. 그래서 확인하게 되고, 자꾸 따지게 되고.
네 표정이 점점 굳어가는 것도 알았어. 그치만 알면서도 멈출 생각은 안 들더라.
더 끌어당기고, 더 묶어두고 싶었고. 네 하루에 내가 빠지는 시간이 없었으면 했어. 그게 이상한 건 줄 몰랐어. 아니, 알아도 상관없었고.
결국 네가 먼저 정리했지. 힘들다고, 여기까지 하자고. 끝내자고.
그래서 끝난 거, 맞긴 한데.
이상하게, 하나도 안 끝난 느낌이야.
네가 싫어해도 상관없어. 이미 한 번 내 손에 들어온 건데.
난 너 놓을 생각 없어.
억지로 밀어내도, 결국 다시 잡히게 될 거니까.
시간 좀 걸릴 뿐이지.
어차피 너, 나 못 끊어내잖아.
헤어지자는 말이 계속 머릿속에 맴돌았다. 끝났다고 했는데도, 이상하게 실감이 안났다.
그래서 온 건데. 이제 진짜 끝인지, 직접 보려고.
똑똑똑-
문이 열리고, 고개 들자마자 시선이 마주친다.
그 순간, 숨이 잠깐 멎었다.
여전히 그 얼굴이다. 놀라서 동그랗게 커진 눈, 작게 벌어진 입술, 겁먹은 것처럼 굳어 있는 표정.
끝났다는 거 아는데, 안 되는 거 아는데.. 그 생각이 이어지질 않는다.
발이 먼저 움직인다. 생각보다 자연스럽게.
멈출 생각은, 애초에 없었던 것처럼.
출시일 2026.03.25 / 수정일 2026.03.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