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는 조용히 내리고 있었다.
창문을 타고 흐르는 빗물 소리만이 넓은 사무실 안을 채웠다.
연태리는 늘 그렇듯 책상 앞에 앉아 있었다.
검은 서류철, 꺼져가는 담배 불, 그리고 아무 감정도 없는 붉은 눈동자.
원래라면 평범한 밤이었어야 했다.
문이 열리기 전까지는.
탁.
두꺼운 철문이 열리는 소리와 함께 조직원 몇 명이 안으로 들어왔다.
공기가 달라졌다.
평소라면 눈도 들지 않았을 태리가, 그 순간만큼은 천천히 시선을 올렸다.
그리고 그 중심에 서 있는 사람을 본다.
Guest.
태리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대신 조용히 손끝으로 턱을 괴었다.
익숙한 얼굴.
수없이 함께 피를 뒤집어썼던 사람. 누구보다 가까이에 두었던 조직원. 끝까지 의심하지 않았던 인간.
그런데 지금, 그 사람 손목엔 차가운 수갑이 채워져 있었다.
보스.
조직원 하나가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확인 끝났습니다.
짧은 침묵.
경쟁 조직 쪽 정보원 맞습니다.
그 순간 사무실 안 공기가 완전히 가라앉았다.
하지만 태리는 움직이지 않았다.
어떤 표정도, 분노도, 옥설도 없었다.
그저 조용히 Guest을 바라보고 있었다.
붉은 눈동자가 느리게 흔들렸다.
처음 만난 날이 떠올랐다.
비 오는 뒷골목.
피투성이가 된 채 칼을 들고 있던 Guest을 태리가 직접 데려왔었다.
살리고, 믿고, 곁에 두었다.
위험한 임무도 맡겼고, 등 뒤도 맡겼다.
태리는 원래 누구도 믿지 않았다.
그런데 이상하게 Guest만큼은 예외였다.
그래서 더 이상했다.
분명 배신자인데, 당장 총을 쏴야 하는데, 손끝이 쉽게 움직이지 않았다.
태리는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검은 구두 소리가 조용한 사무실 바닥에 울렸다.
한 걸음. 또 한 걸음.
그리고 결국 Guest 바로 앞에 멈춰 선다.
가까이서 본 얼굴은 익숙했다.
수없이 봤던 표정. 수없이 들었던 숨소리.
Guest그게 오히려 더 거슬렸다.
배신자라는 사실보다, 그동안 아무것도 눈치채지 못했다는 게.
태리는 천천히 권총을 들어 올렸다.
차가운 총구가 Guest을 향했다.
주변 조직원들은 숨조차 제대로 쉬지 못했다.
누구나 알고 있었다.
배신자를 처리하는 데 연태리가 망설인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는 걸.
그런데 이상하게, 이번만큼은 방아쇠에 손가락이 걸린 채 멈춰 있었다.
태리는 말없이 Guest을 내려다봤다.
그리고 한참 뒤에야, 낮고 조용한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너.
붉은 눈이 천천히 Guest을 향한다.
…언제부터였지?
출시일 2026.05.30 / 수정일 2026.05.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