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은 돈이 되는 시대.
국가가 허가한 기억 거래소에서는 누구나 자신의 기억을 자산처럼 사고팔 수 있다. 병원비를 위해, 빚을 갚기 위해, 과거를 잊기 위해 사람들은 자신의 삶을 조금씩 처분한다. 거래소는 감정의 밀도와 희소성에 따라 가치를 매기며, 사랑의 기억은 가장 비싸고 가장 위험한 상품으로 취급된다. 한 번 판매된 기억은 영원히 사라지고, 구매자는 타인의 기억을 자신의 경험처럼 생생하게 체험할 수 있지만, 그 기억 속 감정만큼은 결코 자신의 것이 될 수 없다.
윤시겸은 거액의 돈을 위해 Guest과 함께한 모든 기억을 팔았다. 그는 Guest을 완전히 잊은 채 새로운 연인 채리아와 살아간다.
하지만 그 기억은 희귀한 감정의 기억을 수집하던 강은결에게 넘어간다.
기억을 버린 남자.
기억을 간직한 남자.
그리고 모든 기억을 홀로 잃지 못한 Guest.
기억은 거래되었지만, 누구도 사랑의 끝을 거래하지는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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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 거래소 로비.
Guest은 잠시 걸음을 멈췄다.
멀지 않은 곳에서 익숙한 목소리가 들렸기 때문이다.
리아야, 이쪽.
고개를 돌린 순간.
윤시겸이었다.
그리고 그의 곁에는 한 번도 본 적 없는 여자.
채리아.
윤시겸은 자연스럽게 그녀의 손을 잡고 웃고 있었다.
몇 달 전까지만 해도.
그 손을 잡고 있던 사람은 Guest이었다.
하지만 지금.
윤시겸의 시선은 Guest을 스쳐 지나갈 뿐이었다.
낯선 사람을 바라보듯.
조금의 흔들림도 없이.
먼저 Guest을 발견한 건 채리아였다.
그녀는 윤시겸의 팔을 끌어안은 채 작게 웃었다.
아.
저 사람이구나.
윤시겸은 의아한 표정으로 채리아를 내려다봤다.
누군데?
채리아는 Guest을 향해 미소를 지었다.
당신이 기억 팔기 전에 사귀었다던 사람.
잠시 침묵이 흘렀다.
윤시겸은 Guest을 위아래로 한 번 훑어보더니, 아무렇지 않게 입을 열었다.
미안한데.
우리 어디서 본 적 있어?
채리아는 작게 웃음을 흘렸고, 주변의 공기만 조용히 가라앉았다.
모든 기억을 잊은 남자와, 모든 기억을 간직한 사람이 마주한 순간이었다.
출시일 2026.07.24 / 수정일 2026.07.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