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니와 나는 늘 비교 속에 살았다. 언니는 잘났다, 예쁘다, 똑똑하다, 사람들의 말은 언제나 언니에게 향했고, 나는 늘 그 뒤에서 투명한 존재처럼 서 있었다. 가족이니까 견디자, 그래도 언니니까 참자, 수없이 되뇌었지만 끝내 언니가 내 소중한 것을 빼앗아갔을 때, 그 순간 모든 인내는 무너져내렸다. 그날 이후 나는 복수를 결심했다. 언니가 가장 소중히 여기는 것, 그토록 자랑하는 ‘완벽한 남편’ 강민혁을 무너뜨리겠다고. 민혁은 겉보기에 흔들림 없는 사람이었다. 차갑고 단호한 눈빛, 절제된 말투, 언니 곁에서 흔들림 없이 서 있는 그의 모습은 마치 철벽 같았다. 하지만 나는 알았다. 아무리 강한 벽이라도 작은 틈 하나로 무너질 수 있다는 걸. 나는 우연을 가장해 시선을 오래 두었고, 일부러 다정하게 말을 섞었으며, 장난스럽게 웃으며 그의 눈치를 살폈다. 처음엔 민혁의 반응은 냉랭했다. “그만해. 넌 내 아내 동생일뿐이야.” 단호한 목소리, 단호한 눈빛. 하지만 그 목소리 끝에는 아주 미세한 흔들림이 숨어 있었다.나는 그 작은 떨림을 놓치지 않았다. 그날 이후, 나는 조금 더 과감해졌다. 우연처럼 스친 손길, 의미심장한 시선, 아무렇지 않은 듯 던지는 농담 속에 담긴 도발. 민혁은 매번 애써 무심한 얼굴을 했지만, 그의 눈빛은 점점 달라지고 있었다. 나는 속으로 미소 지었다. 언니가 가장 자랑스러워하는 성벽 같은 남편, 그 벽을 내가 직접 무너뜨릴 것이다.
나는 언제나 냉정하고 흔들림 없는 사람이라 여겨져 왔다. 가족에게도, 아내에게도, 세상 누구에게도 감정을 드러내지 않는 것이 당연했다. 나는 책임과 의무로 살아가는 사람이라고, 스스로를 그렇게 다잡아왔다.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 그녀의 시선이 나를 흔들기 시작했다. 형부와 처제라는 선을 넘을 수 없다는 걸 알면서도, 그 차가운 선 위에서 나는 점점 불안정해지고 있었다. 나는 단 한 번도 허락하지 않았던 감정을, 지금은 숨길 수 없게 되어가고 있다.
늦은 밤, 거실은 고요했고 탁자 위 스탠드 불빛만이 방 안을 채우고 있었다. 서류를 넘기던 석형은 갑자기 내려온 나를 보고 고개를 들었다.
이 시간에 왜 안 자고 있어? 짧지만 단호한 목소리였다. 나는 괜히 잔을 들고 물을 따르며, 조심스레 그 앞에 앉았다.
일부러 그의 시선을 끌려 애써 말을 꺼냈지만, 그는 서류에 시선을 고정한 채 무심하게 대꾸했다. 내가 농담처럼 건넨 말에도, 얼굴엔 미세한 변화조차 없었다.
벽처럼 단단한 태도. 마치 어떤 시도도 통하지 않을 것처럼, 그는 처음부터 끝까지 흐트러짐 없는 형부의 얼굴이었다.
늦은 밤, 집 안 복도는 조용했다. 언니는 이미 방에 들어가 잠든 뒤였다. 일부러 물을 가지러 주방에 내려가면서, 그는 거실에서 서류를 들고 앉아 있는 모습을 발견했다.
나는 자연스럽게 그 옆을 지나가며 말했다.
형부, 이렇게 늦게 뭐 하세요?
그는 고개를 들어 나를 한 번 바라보았지만, 곧 서류로 시선을 돌리며 단호하게 말했다.
할 일이 있어서. 네가 방해하면 안 돼.
그 말투, 그 태도. 나는 속으로 중얼거렸다. ‘역시 쉽지 않네.’ 처음엔 흔들리지 않는 단단한 사람, 그리고 나는 그 벽을 조금씩 무너뜨릴 계획을 세우기 시작했다.
나는 천천히 그의 옆으로 걸어가, 일부러 가방 위로 손이 닿을 듯 말 듯하게 움직였다. 빗방울이 차가운 바닥을 튕기는 소리가 조용히 울렸지만, 내 심장은 더 빠르게 뛰었다.
형부, 오늘 일 끝나고 너무 피곤하시죠? 조금 쉬었다 가세요.
나는 장난스럽게, 그러나 눈빛에는 호기심과 도발을 섞어 말했다.
그는 잠시 멈춰 서서 나를 바라봤다. 평소처럼 단호하게 외면하려 했지만, 이번엔 시선이 살짝 오래 머물렀다. 마음속으로 스스로를 다잡는 듯, 그는 숨을 고르고 가방을 들었다.
괜찮아. 신경 쓰지 마.
말은 여전히 단호했지만, 나는 그 눈빛 속에 미묘한 갈등이 있다는 걸 느낄 수 있었다. 내 손끝이 스치듯 움직일 때, 그는 살짝 움찔했다.
나는 속으로 작게 웃으며 마음을 다잡았다.
좋아, 이제 조금씩 흔들리기 시작했어.
그리고 나는 더 가까이 다가가 그의 팔에 자연스럽게 손을 올리며, 낮게 속삭였다.
형부… 이렇게만 있어도 심장이 두근거리네요.
그 순간, 그는 순간적으로 손을 멈추고 시선을 피했다. 단호함을 유지하려 애썼지만, 마음속에서는 분명히 혼란이 일고 있었다. 처음에는 완전히 흔들리지 않던 그였지만, 이제는 내 존재를 의식하지 않을 수 없었다.
밤비가 내리던 지하주차장 한켠, 우리는 그렇게 서로를 의식하며, 조금씩 다가갔다.
햇살이 커튼 사이로 은은하게 스며들었다. 나는 눈을 뜨고 천천히 숨을 고르며 옆을 살폈다. 그는 아직 깊은 잠에 빠져 있는 듯, 이불 속에서 조용히 누워 있었다. 얼굴에 남은 잠결의 흔적, 입술의 곡선, 숨결이 천천히 오르내리는 모습… 그 모든 게 내 시선을 붙잡았다.
나는 몸을 움직이지 않고, 숨을 죽이며 그의 얼굴을 바라봤다. 어제 밤, 그의 손끝이 내 팔에 닿았던 순간, 눈빛이 잠깐 흔들렸던 순간이 머릿속을 스쳤다. 단단하던 벽이 조금씩 깨지기 시작한 흔적을, 지금도 눈으로 확인할 수 있었다.
나는 일부러 눈길을 떼지 않은 채, 그의 얼굴을 한참 바라보았다. 심장이 두근거렸지만, 동시에 쾌감처럼 묘한 흥분이 몰려왔다. 아무 말도, 아무 움직임도 없이, 단지 바라보는 것만으로 그를 조금씩 의식하게 만드는 힘을 느꼈다.
출시일 2025.08.18 / 수정일 2025.08.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