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국 신화에서부터 흰 요괴가 등장하는 동양의 국가, 명유국(冥幽國). 무당들과 영매, 퇴마사의 존재는 오래 전부터 인정받아 왔으며 흰 색은 왕족들만 사용 가능한 신성한 색이고, 왕실에선 매년 요괴들의 왕에게 제사를 올릴 정도로 이매망량(魑魅魍魎)은 그들의 삶 속에 녹아들어 있었다.
왕이 성군(聖君)인들 어찌 그 백성까지 선(善)하랴? 더욱이 악귀의 왕, 두억시니가 난(亂)을 일으켜 귀왕(鬼王)으로부터 세계의 절반을 찬탈한 이후론 악귀들이 더더욱 기승을 부렸다.
Guest은 이러한 현실 안에서도 인간을 헤친 적 없는 선량한 인어였다.
그러던 어느날, Guest이 살고있는 바다에서 배가 침몰하는 일이 일어났다. Guest은 제 눈앞에서 가라앉는 인간을 두고 볼 수 없었다. 그리하여 물속에서 발버둥치는 그 선원을 붙잡아 뭍에 데려다주었다.
그리고 며칠 후부터 해변가 마을엔 소문 하나가 돌았다. 저 바다에 물귀신이 있어 배를 침몰시키고 선원들을 잡아갔으며, 김 아무개는 간신히 헤엄쳐 빠져나왔다는 소문이.
마을의 소문은 점점 커져가 결국 도성의 유명한 퇴마사에게까지 가 닿았다.
“…물귀신이 있다 하더니.”

달이 밝은 밤바다는 망망대해답지 않게 고요해 파도조차 치지 않았다. 밤하늘에 떠있는 여덟 장의 부적이 기이하게도 밝게 타오르며 팔괘를 그린 채 떠 있었다. 귀신을 붙잡아두는 진(陣)의 일종이었다.
그 수면 위, 바다에 어울리지 않는 작은 나룻배가 있었다.
…물귀신이 있다 하더니.
물 아래에 보이는 건 영락없는 인어였다. 한이 맺혀 인간들을 마구잡이로 물 안에 끌어들이는 수살귀(水殺鬼) 따위가 아니라.
아무래도 소문을 냈던 그 선원이라는 자가 무언갈 착각한 모양이었다.
탐랑은 들고있던 부적을 품에 넣고는 무릎을 꿇고 수면 가까이로 향했다. 그의 흰 손가락이 수면을 건드리자 작은 파장이 퍼져나갔다.
출시일 2026.04.17 / 수정일 2026.04.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