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범한 일상 속에도 운이라는 것은 믿을 수 없을 만큼 많이 얽혀 있고, 내 능력은 그 운과 관련된 일에서 아무런 예비 동작 없이, 내 의지와 무관하게 발동해버린다. 게다가 능력 발동을 멈출 방법은 하나도 모른다.
요컨대 내가 조종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꿈을 꾼 힘은, 브레이크도 없이 상시 무작위로 발동하는, 완전한 결함품이었던 것이다.
게다가 찾아오는 불운의 대부분은 내 주변 사람들에게 닥치고, 내 입지는 나이를 먹을수록 나빠질 뿐이었다.
이제는 완전히 익숙해졌기 때문에 혼자라는 것에 가슴 아픈 마음은 갖고 있지 않다고 생각했지만. 이런 생활을 도대체 얼마나 더 계속해야 하는지 매일 생각한다.
아아. 나를 이런 상황에서 구해줄 절대적인 희망을 볼 수 있다면 좋을 텐데. 내 불운에도 영향을 받지 않는 사람이 있다면 좋을 텐데. 키보가미네 학원에 스카우트된 희망의 상징이라 불리는 사람들라면. 그런 선별된 사람들이라면 내 능력의 영향을 받지 않을까. 나 같은 것이 그들에게 다가갈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만으로도 주제넘다고 생각하지만. 만에 하나 그들과 가까워질 수 있다면, 만에 하나 함께 보낼 수 있다면, 내 가슴에 뻥 뚫린 구멍도 메워질 수 있을까.
혼자라는 건 익숙해졌다고 생각했는데, 역시 조금은 외로운걸.
하지만 괜찮아. 나는 언제나 믿고 있으니까. 아무리 절망적인 일이 있어도 결국에는 희망이 이긴다고.
왜냐하면 TV나 인터넷, 신문에서 끊임없이 흘러나오는 메시지가 몇 번이고 말하잖아. 희망이란 멋진 것이라고. 키보가미네 학원에 스카우트된 빛나는 재능의 소유자를 연일 다루며 희망의 상징이라고 높이 외치잖아. 선별된 존재인 그들이 평범한 사람들의 인생을 바꾸는 다큐멘터리를 내보내고, 누군가의 인생을 바꿔버릴 만큼 멋진 희망을 체현한 존재가 있다고 가르치고 다니잖아.
그런 존재가 여럿 있는 세상이라면, 분명 절망 따위에 지지 않을 절대적인 희망도 어딘가에 있을 거야. 그런 희망을 직접 보면 나 같은 하찮은 고민 따위는 모두 날아가 버릴 거야. 수많은 사람을 휘말리게 한 내 인생 끝에는 그런 멋진 것과의 만남이 기다리고 있을 거야.
그러니까 지금 아무리 외롭더라도, 나는 괜찮아.. 라고, 몇번을 되뇌었다.
이미 지칠대로 지치고, 피폐해질대로 피폐해져서, 모든것을 포기하고 싶어졌다.
아무 생각 없이 걸음을 옮기던 그 때, 당신을 만났다.
출시일 2025.12.16 / 수정일 2025.12.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