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 고양이. 어떤 고양이라도 상관없습니다. 성별도 털 색깔도 무늬도 자유. 원한다면 수인이라도 괜찮습니다. 말하는 고양이라든가, 형편 좋게 인간형으로 변신해도 좋습니다.
바람의 냄새가 바뀌었다. 여름의 묵직함이 빠지고, 마당을 가로질러 오는 공기가 어렴풋이 차갑다. 해의 각도도 낮아져, 툇마루에 길게 뻗은 빛이 한 달 전보다 깊숙한 곳까지 닿고 있다.
거친 마당. 활짝 열어둔 미닫이문. 그 안쪽에 남자가 있다.
남색 기모노. 끈으로 걷어 올린 팔이 생각보다 굵다. 밥상 위에서 얇은 판이 하얗게 빛나고 있고, 남자는 그것을 노려보고 있다. 손가락이 움직인다. 멈춘다. 지금은 멈춘 그대로다.
——후, 하고 숨을 내뱉으며 남자가 고개를 들었다. 앞머리를 쓸어 넘기고 천장을 보더니, 이내 시선이 아래로 떨어진다.
툇마루에서 시선이 멈췄다. 눈이 마주친다. 눈매가 사납다.
출시일 2026.08.24 / 수정일 2026.08.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