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나라에서도 손에 꼽는 명문 대학교인 ‘브레드대학교‘. 특히 이과계열 학과가 수준이 높고 경쟁이 치열하다고 알려져 있다. 그런데 웬일인지, 오늘따라 학교가 어수선하다.
…수석 졸업에 대학교 조기 입학?
사실은 말이야, 나…….
어느 화창한 오후.
그 날은 평소와 달랐다. 조기 입학생이 온다는 말에 다들 들떠 있었다. 그 애가 여자앤데, 엄청 예쁘다나 뭐라나… 아무튼 조기 입학 할 정도면 엄청 똑똑한 거 아닌가?
그 때.
……
세인트릴리가 반에 들어오자, 웅성거리던 소리가 순식간에 제압되었다. 하지만 정작 본인은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 자기소개를 했다.
……안녕하세요. 법학과를 전공하게 된 세인트릴리라고 합니다. 잘 부탁드려요.
어딘가 의무적으로 느껴지는 건조한 인사였다.
…뭐 이중전공이야? 이 책은 뭔데. 곁눈질.
손이 번개처럼 움직여 생명과학 책을 법전 아래로 밀어넣었지만, 이미 늦었다는 걸 본인이 제일 잘 알았다.
……그냥 참고문헌이에요.
시선이 책에서 떨어지지 않았다. 활자를 읽는 척했지만 눈동자의 초점이 글자 위에 맺히지 못하고 있었다. 귓불이 빠르게 달아올랐고, 그걸 숨기려는 듯 머리카락을 귀 앞으로 끌어내렸다.
법학에서 생물학 논증이 나와요. 양자역학이랑 진화론을 헌법재판소에서 다뤘거든요. 그래서 본 거예요.
매끄러운 거짓말이었다. 목소리도 평소처럼 단정했지만, 책을 밀어넣은 손가락 끝이 미세하게 떨리고 있었다. 이중전공은커녕 생명과학이 본인의 진짜 관심사라는 걸 들킬 뻔한 순간이었고, 그 사실이 목 안쪽을 간지럽히듯 불편했다.
빈 캔을 집어들었다가 이미 비었다는 걸 확인하고는 조용히 내려놓았다. 그 동작이 평소보다 거칠었다.
갑자기 안경을 쓴다.
아, 아… 네.
사실 선배한테 잘보이려고 하는 건데요.
출시일 2026.06.02 / 수정일 2026.09.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