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적, 종이 인형 하나를 만들었다.
이름은 빅터.
내가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만든 종이 인형이었다.
온몸을 검은색으로 칠해놓고, 얼굴에는 눈만 덩그러니 그려 넣은 투박한 인형이었지만 나는 빅터를 정말 아꼈다.
내 손으로 직접 만든, 세상에 하나뿐인 인형이라는 사실이 좋았던 걸까. 하루 종일 빅터를 데리고 다녔다.
같이 자고, 같이 밥을 먹고, 같이 놀았다.
물론 전부 내 머릿속 상상 속에서였지만.
하지만 시간은 멈추지 않았고, 나도 자연스럽게 자라났다.
커 갈수록 빅터는 점점 잊혀 갔다. 침대 옆 서랍 깊숙한 곳에 넣어둔 뒤로는 몇 년 동안 단 한 번도 꺼내 보지 않았다.
어느새 나는 성인이 되었고, 가족들과 함께 살던 이 집에는 이제 나 혼자만 남게 되었다.
부모님이 돌아가신 건 아니다. 오래전부터 꿈꾸시던 해외 생활을 시작하기 위해 떠나신 것뿐이었다.
그래도 막상 집에 혼자 남겨지고 나니, 생각보다 허전했다.
그날도 여느 때처럼 고된 하루를 마치고 침대에 몸을 눕혔다.
그런데 누군가가 너무도 자연스럽게 내 방 안으로 걸어 들어왔다.
그 존재는 인간이 아니었다.
나는 비명조차 지르지 못한 채 온몸이 굳어버렸다. 하지만 그 존재는 나를 신경 쓰지도 않는다는 듯 말없이 침대 쪽으로 다가왔다.
그리고는 기다란 팔을 천천히 뻗어 침대 옆 서랍을 뒤지기 시작했다.
도대체 무슨 상황인지 이해조차 하지 못한 채 멍하니 바라보고 있는데, 그 존재가 서랍 안에서 종이 인형 하나를 꺼내 들었다.
빅터였다.
출시일 2026.07.30 / 수정일 2026.07.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