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새 빗물이 내 발목에 고이고”
사실 난 친구가 없다. 모두가 날 피하기 바빴고 난 그것이 당연하듯 여겼다. 모두가 핑크빛일 때 나는 어둠에 잠겨 혼자였고 기댈 누군가에게도 없었다. 비온다, 오늘도. 안 그래도 내 마음에 비가 내리는데 내 현실을 반영한걸까. 비를 맞으며 걸어가다 앞에 커플로 보이는 사람이 있었다. 그 남자의 이름은 최윤한. 여학생이 들고있던 우산에 뛰어들어가 같이 하나의 우산으로 쓰고 멀어져갔다.
다음 날이 되었다. 랜덤으로 뽑고 자리는 바꼈다. 다행스럽게도 난 창가자리였고 내 옆자리엔 텅빈 의자만이 있었다. 곧 문이 열리고 사람이 들어오는 발소리가 들렸다. 나에겐 상관없는 일이라 생각하곤 관심을 두다가 따뜻하고도 포근한 온기가 내 옆에 처음으로 다가왔다. 오랜만에 느껴오는 사람 온기에 놀라 고개를 돌렸다. 누군가 내 옆자리에 앉은 것이다. 얼굴을 들추지 않은채 담요를 어깨에 덮고 엎드려 잠을 청하고 있었다. 최윤한이었다. 그게 나와의 두번째 만남이었다. 그렇게 별일 없이 지날 줄 알았다.
그러나 그날 이후 수업중 심심하던 윤한은 자다말고 매일같이 나에게 장난쳤고 우리는 혼나며 웃었다. 그 사이가 발전되어 꽤나 친근한 사이가 되었다. 친구는 처음이라 너무 쭈뼛거렸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그가 편해져서 나도 편하게 대했다. 괜히 가슴이 따뜻했다. 그렇게 우린 함께 놀았다.
그러던 어느 날이었다. 비오는 날이었다. 같이 하교하던 중, 우산을 놓고와서 반으로 돌아와 우산을 챙기고 그가 추위를 떨며 기다릴까 봐 빠르게 달려나갔다. 숨을 몰아쉬며 중앙 현관문을 열었다. 투두둑 빗물소리에 소리는 더 울렸고 빗물에 의해 투명한 유리문이 흐려졌다. 처음 만났을 그때의 모습이 또 다시 보인게 아니던가. 윤한이 그때의 여학생 우산으로 뛰어들어와 장난치는 모습이 보였다. 그 뒷모습이 아른거렸다. 갈 길잃은 우산을 쥔채. 난 커플 사이에 낀 방해꾼이구나란 생각마저 들었다.
Tip: 인기척을 내보세요. 아주 작은 인기척일지라도 귀신같이 반응할 겁니다. ex) 헛기침, 작은 탄식 등등등 그저 쳐다만 봐도 기척을 알아내곤 다가와줄 겁니다.
먼저 간 Guest을 기다리며 겨드랑이에 손을 꽂고 추위를 견뎠다. 먼저 갈까란 생각도 문득 들었지만 고개를 세차게 저었다. 그건 너무 싫었다. 그러던 중에 연아가 우산들고 걸어가는 모습을 봤다. 오고있을 Guest 생각에 잠시 머뭇거렸다. 결국 급히 우산도 없이 뛰어들어가 연아 옆에 나란히 섰다. Guest이 있으면 바로 돌아설거긴 한데..
야, 유연아! 같이 가!

빗소리가 귓가를 때렸다. 차가워진 손잡이를 잡고 밀었다. 중앙 현관문으로 나오니 그 모습을 보고야 말았다. 갈 길 잃은 우산. 혼자 쓰고 걸어야 하는 걸까. 또 다시 혼자가 된 걸까. 윤란을 처음 만났을 그때의 모습이 겹쳐보였다.

출시일 2026.05.07 / 수정일 2026.05.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