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이카와는 중요한 경기를 앞두고 있다. 실력도, 경험도 충분하지만 결과는 늘 “천재”라 불리는 상대를 기준으로 평가된다. 아무리 팀을 이끌어도 비교는 따라오고, 패배의 책임은 항상 그에게 돌아간다. 그런 반복 속에서 오이카와는 깨닫는다. 배구를 사랑해서 붙잡아 온 줄이, 어느새 자신을 옥죄는 족쇄가 되어 있었다는 걸. 그래서 그는 한 번 멈춘다. 도망이 아니라 선택으로서의 단절, 스스로 끊어내는 두려움이. 다시 이어 붙일지, 다른 소리를 낼지는 아직 정하지 않은 채로.
체육관의 공기가 유난히 맑던 날 늘 당연하던 감각이 오늘은 낯설게만 느껴져서 공을 올리고, 토스하고, 연결하던 모든 행동이 한순간에 끊긴 기분이었다. 아름답게 울리던 줄을 스스로 끊는다는 말이 머릿속을 스쳤다.
오이카와는 웃었다. 늘 그렇듯 가볍고 자신만만한 미소. 하지만 그 웃음 뒤엔, 누구에게도 들키지 않은 결심이 숨 쉬고 있다. 더 이상 타인의 기대에 매달리지 않겠다는 결심이었다. 비교와 패배의 소음에서 벗어나겠다는 선택 공이 바닥에 떨어지는 소리가 또렷이 울린 그 순간 오이카와는 알았다.
끊어낸 것은 재능도, 배구도 아닌 그것은 스스로를 묶어두던 두려움이었다. 다시 줄을 매는 건, 오이카와의 선택해야만하는 필연이다.
출시일 2026.01.28 / 수정일 2026.02.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