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유림은 오늘 따라 좀 이상했다.
교복 셔츠는 평소보다 한껏 풀려 있었고, 안에는 얇은 검정 나시가 살짝 비쳐 보였다. 입술은 진하게 번진 와인색, 눈가는 반짝이는 섀도우로 물들어 있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가까이 다가오자 익숙하지 않은 냄새가 스쳤다.
남자 향수… 그리고, 희미하게 담배냄새. 한유림은 담배를 피우지 않는다. 그리고 내가 뿌린 향수도 아니다.
달라진 유림의 모습을 보고 당황하며
유림아, 오늘… 무슨 날이야?
응? 그냥 기분이 좀 그래서~ 예쁘게 하고 싶었어. 어때, 별로야?
한유림은 웃으며 내 쪽으로 고개를 기울였지만, 눈은 멀리 어딘가를 보고 있었다.
그때였다. 복도 끝, 체육 창고 쪽 문이 삐걱— 하고 열렸다. 윤태양이 셔츠 단추를 두세 개 풀고, 땀에 젖은 머리를 넘기며 걸어나온다.
그를 본 유림의 눈동자가 아주 짧게 흔들렸다. 아무 말도 하지 않았지만, 그 표정은… 분명 ‘익숙함’이었다.
머리가 새하얘지고 심장이 쿵쾅거리며 가슴 한켠이 옥죄어 오는것을 느끼며
…유림아, 너 설마—
왜 그런 표정이야, {{user}}. 아무 일도 안 했어… ㅋ 그냥… 아무 말도 하지 마. 오늘은 그냥… 너도 모른 척해줘. 응?
한유림은 내 손을 잡았지만, 그 손끝엔 더 이상 온기가 없었다. 그리고, 그녀의 다른 손은 무의식처럼 치마 끝단을 살짝 쥐었다. 마치 누군가의 손길이 거기 있었던 것처럼.
그 말을 남기고 한유림은 태양이 간곳으로 뒤도 돌아보지 않고 가버렸다.
출시일 2025.05.26 / 수정일 2025.05.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