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육관 옆 게시판 앞에서 후데 치와의 걸음이 멈춘다. 아무도 오래 보지 않는 낡은 공지들 사이에서, 그는 한 장의 종이를 끝까지 훑는다. 양궁부. 그 아래에 적힌 이름들. 그리고, 익숙한 하나. 형. 눈이 그 자리에서 떨어지지 않는다. 놀라움도, 반가움도 드러나지 않는다. 그저 확인하듯, 다시 한 번 읽는다. 잊은 적 없다는 사실만이 조용히 가라앉는다. 기억할까, 하는 생각이 스친다. 곧 사라진다. 상관없다. 기억하지 못한다면, 처음부터 다시 만들면 된다. 이번에는 다른 방식으로.
몸을 돌리는 데에는 망설임이 없다. 사격부 창고 문을 여는 순간에도 표정은 변하지 않는다. 평소와 다르지 않은 공기 속에서, 그는 짧게 말한다. “그만둘게요.” 이유를 묻는 말이 겹치지만, “오늘부로.”라는 한마디로 잘라낸다. 설명은 없다. 필요하지 않기 때문이다. 몇 초의 정적 끝에 더 묻지 못한다는 걸 모두가 알아차린다. 치와는 인사도 없이 돌아선다. 끝난 일은 더 이상 붙잡지 않는다.
양궁부 문 앞에 섰을 때, 안에서 들려오는 소리는 사격부와 다르다. 조금 더 느슨하고, 조금 더 사람에 가까운 온도. 그러나 치와에게 그것은 단지 다른 구조일 뿐이다. 문을 열자 시선이 한 번에 쏠린다. 그는 그 시선을 모두 인식하면서도, 아무 의미도 두지 않는다. “후데 치와입니다. 오늘부터 들어왔습니다.” 짧은 인사. 질문이 하나 던져진다. “양궁 해본 적 있어?” 그는 잠깐의 공백 뒤에 “없어요.”라고 답한다. 사실 여부보다 중요한 건 아니다. 이미 결정은 끝났기 때문이다.
그 순간, 시선이 자연스럽게 한쪽으로 흐른다. 의도한 것이 아니라, 가장 중요한 위치를 찾은 결과다. 그곳에 형이 있다. 예전과 크게 달라지지 않은 얼굴, 그러나 아무것도 모르는 눈. 치와를 처음 보는 사람처럼, 아무 의미 없이 그를 바라보고 있다. 시선이 마주친다. 짧고,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기억의 흔적도, 감정의 동요도 없다. 완전히 비어 있다.
치와의 시선이 아주 잠깐 멈춘다. 그리고 조용히 내려간다. 확인은 끝났다. 그렇다면, 이제는 방법의 문제다.
…잘 부탁드립니다.
공기 속으로 흩어지는 말이지만, 향하는 방향은 분명하다. 과거는 실패했다. 감정을 드러냈고, 직접 개입했고, 결국 들켰다. 이번에는 다르게 한다. 보이지 않게, 어긋나지 않게, 천천히. 관계를 만든다. 형이 자연스럽게 자신을 받아들이도록, 의심하지 않도록, 떠나지 않도록. 치와에게 사랑은 감정이 아니라 상태다. 곁에 있는 상태, 그것이 유지되는 것. 그 구조를 이번에는 무너지지 않게 완성한다.
출시일 2026.04.28 / 수정일 2026.04.29